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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덕형 산업팀장 |
1912년 영국의 초호화 여객선 타이타닉호가 빙산과 충돌해 침몰했다. 승무원과 승객을 포함한 2224명의 탑승자 중 생존자는 711명이다. 1등칸 승객의 63%(319명 중 200명), 2등칸 43%(269명 중 117명), 3등칸 25%(699명 중 172명)가 살아남았다.
생존율은 승객들이 지불한 탑승요금과 비례했다. 1등칸 요금은 30파운드(오늘날 약 2200파운드), 2등칸은 13파운드, 3등칸은 8파운드였다. 생존률이 높은 1~2등칸 승객들은 갑판 가까이에 객실을 이용 할 수 있어 재빨리 탈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3등칸은 배의 맨 앞이나 고물 쪽에 위치해, 승객들이 갑판 밖으로 나오려면 미로와 같은 복도를 헤매야 했다.
모든 사람이 탈출을 위해 시간을 다투고 있을 때 물이 선실 안으로 차올랐고 구명보트는 동이 나 버렸다. 승객들의 생사를 가른 것은 티켓의 가격이었다. 포터는 “가격은 사회의 이면을 보여주는 도구”라면서 “타이타닉호의 요금 체계와 생존율의 관계는 ‘경제적 불평등’을 반영 한다”고 했다.(원제 인용= The Price of Everything)
모 기업체 임원이 해외 출장을 위해 비용 절감 차원에서 저가항공사의 일본 티켓을 한달 전에 예매 했다. 하지만 현지 기업체 관계자가 휴가를 가면서 부득이 하게 출발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이 때문에 임원은 기존요금의 40%만 환불 받았다.
항공권을 구매했던 임원은 “저가항공사의 서비스가 형편 없다”며 투덜댔다. 그는 분명히 저가항공사의 환불 규정에 따른 약관을 읽어 보지 않은 실수를 저질렀다. 오늘날 저가항공사를 포함해 모든 항공사들은 항공권이 팔리는 장소, 시기, 여행 시간 등에 따라 같은 비행기 안에서 10종이 넘는 운임체계를 운용한다.
우리가 모르고 있지만 이미 세상의 모든 것에는 분명히 ‘적정한 가격’이 존재 한다. 특히 노동 시간에도 분명히 ‘적정한 가격’이 매겨져 있다. 우리의 급여, 우리의 삶 속에 싫든 좋든 누군가는 우리의 가치를 돈으로 분명히 환산하고 있다.
이번 여름휴가에는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나면서 타인에게 비친 내 모습은 과연 어떠할까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지금 이 시간 그들이 보는 ‘나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그리고 내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연구 해야 할 것이다.
(아주경제 이덕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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