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적립식투자를 적극 추천했던 자산운용업계가 거치식인 월지급식펀드 판매에 경쟁적으로 열을 올리고 있다.
월지급식펀드는 거치식으로 목돈을 맡겨 달마다 이자를 월급처럼 받는 상품이다. 이에 비해 적립식 상품은 한번에 목돈을 넣지 않고 다달이 일정액을 나눠 불입한다.
자산운용업계는 지금껏 수익률에서 거치식보다 우월했다면서 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적립식으로 장기투자할 것을 권했었다.
31일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월지급식펀드 설정액은 20일 기준 6412억원으로 연초보다 3.8배 늘었다. 월지급식펀드 수는 22개로 집계됐다.
25일에도 하이자산운용·프랭클린템플턴투자신탁운용이 각각 월지급식펀드를 내놨다.
예를 들어 매월 지급비율이 0.7%인 월지급식펀드는 1억원을 넣었을 경우 달마다 70만원씩 받을 수 있다.
월지급식펀드는 달마다 월급처럼 이자를 주면서 퇴직자를 상품으로 부각됐다.
이 상품은 지금껏 자산운용업계에서 추천했던 적립식이 아닌 거치식 상품인 만큼 실적을 쌓는 방법도 다르다. 애초 적립식을 권했던 이유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해 온 데 따른 것이다.
'미래에셋 디스커버리 적립식펀드'에 2007년 11월부터 2009년 12월까지 매월 1일 꾸준히 납입했다면 올해 1월 수익률은 14.4%다. 반면 같은 기간 거치식으로 투자했다면 13.8% 손실이 났다. 코스피 수익률도 이 기간 -18.4%를 나타냈다.
업계 관계자는 "펀드런이 지속되면서 자산운용사마다 적립식으로 장기투자할 것을 강조했다"며 "되레 거치식인 월지급식펀드를 앞다퉈 파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적립식이 거치식보다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다는 점은 업계에서 이미 증명됐다"며 "상대적으로 낮은 수익률을 보였던 거치식 상품을 수요가 많다는 이유만으로 경쟁적으로 내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월지급식펀드는 상대적으로 수익률에 민감한 상품으로 평가된다. 미래 수익을 미리 당겨서 달마다 일정액을 줘야 때문에 실적이 나쁠 경우 원금을 깨서라도 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예금자보호를 받을 수 없는 월지급식펀드는 원금손실 가능성도 있다"며 "매월 0.5~0.7%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서는 해마다 6.0~8.4% 정도 수익을 내야 하는데 거치식으로 이를 실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수익률을 비교할 수 있는 10개 월지급식펀드는 연초부터 29일까지 평균 3.32% 수익을 올렸다. 이에 비해 국내주식형펀드는 평균 6.21% 수익을 냈다.
월지급식펀드 가운데 수익률이 가장 높은 얼라이언스번스틴자산운용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증권투자신탁[채권-재간접형]'도 5.28%로 국내주식형펀드 평균치를 밑돌았다.
가장 수익률이 낮았던 월지급식펀드는 한국투자신탁운용 '한국투자노블월지급식연속분할매매증권투자신탁 1(주식혼합)'로 0.95%로 집계됐다.
업계 관계자는 "월지급식펀드는 아직 상품 종류가 많지 않은 데다 설정액도 적어 투자를 미루는 게 유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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