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출혈 큰 美 정부 부채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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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01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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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뻔한 한도확대 놓고 쇼”…美 신뢰도 실추

(워싱턴=송지영 특파원) 예상한 대로 고비는 있었지만 예전처럼 또 미국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는 늘리게 될 전망이다. '투자귀재'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을 비롯한 월가의 투자자들도 어차피 부채 상한은 늘리게 돼 있다며 워싱턴 정가의 꼴 사나운 부채 협상 과정을 비난했었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또 해외 투자자들에게 보여준 미국 이미지의 실추는 당분간 되돌리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화당은 내년 선거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끌어 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었고, 대통령은 이러한 막가파식 공화당의 협상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부채 협상 과정에서 양당의 지지율은 하락했고, 오바마가 부채 협상을 포함한 경제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이 더 늘었다.

결국은 서로 뜯어먹기 전쟁이었다. 공화당 의원들도 내년 선거에서 분명히 책임을 져야 될 것이고, 오바마나 민주당 지도부도 마찬가지다. 미국 국민들은 부채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정치인들의 모습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

버핏은 "어차피 부채 상한이 늘어날 게 뻔한데 정력과 시간만 낭비하고 있다"고 조롱했었다. 월가의 투자자들도 디폴트가 오든 안 오든 간에 잠깐의 홍역으로 끝날 '쇼'에 대비해 현금을 비축했었다고 한다. 시장에서의 단기 충격에서 오는 가격 폭락을 이용해 주식과 채권을 대량으로 매입하기 위해서였다. 이 정도면 이번 협상은 잘 짜여진 각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은 "조지 부시 대통령 시절 공화당은 백악관부터 상하원까지 모두 장악하고 두 번의 무리한 전쟁을 승인함에 따라 상상할 수 없는 정부 부채를 늘려놓은 장본인"이라고 비판한다.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 의장이 앞장서서 오바마의 지도력과 무책임론을 운운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반면 공화당 측은 "건강한 균형 재정을 만들려는 공화당의 노력을 오바마와 민주당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맞서왔다.

이번 협상에서 잘못한 측이 어디냐는 질문에 유권자들은 공화당이라고 답한 사람이 더 많았지만 무너진 신뢰의 불똥이 꼭 민주당에 튀지 말라는 법은 없다. 게다가 내년까지 미국 경제가 회복되지 않으면 이번 협상에서 '화끈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 오바마는 공화당이 원하는 대로 단임 대통령이 될 가능성도 높다.

대외적으로는 어떤가. 미국의 경제·정치적 신뢰도는 땅에 떨어졌다. 본인이 지급 보증한 채무에 대해 변제를 못할 수도 있다는 치명적인 국가 이미지가 드리웠다. 그런 국가는 세계적인 신용평가사가 꼭 신용등급을 물리적으로 내리지 않아도 마음 속의 신용인 '믿음'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이같은 일을 초래한 워싱턴 정가는 누구든 내년 선거에서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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