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펀드 신용평가비용 전가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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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0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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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혼자 가게를 운영했던 여자가 있다. 동네 건달이 번번이 괴롭히자 비싼 비용을 물어야 하는 경호원을 고용했다. 덕분에 건달은 나타나지 않았다. 반면 경호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결국 이 여자는 적자에 시달리다 가게 문을 닫았다.

비용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보호에만 치중하다가 벌어진 해프닝이다. 펀드 시장에서도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게 됐다. 금융당국은 내년부터 펀드에 신용등급을 매기기로 했다.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도 입법 예고했다.

그러나 이 역시 비용이 든다. 펀드를 굴리는 운용사는 이 비용을 투자자에게 전가할 공산이 크다. 펀드 수수료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다. 운용사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수익률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게 뻔하다. 펀드에 신용등급을 매기기 전에 비용 문제부터 꼼꼼히 짚어야 하는 이유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도입하는 제도가 되레 회사나 투자자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막아야 한다.

펀드 투자자 대부분은 소액 자산가다. 자산이 적은 만큼 비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해외펀드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종료되면서 자금이 대거 빠져나간 것만 봐도 일반 투자자에게 비용이 얼마나 중요하지 알 수 있다.

물론 일반 투자자는 펀드에 담긴 자산이 얼마나 위험한지 스스로 가늠하기 어렵다. 운용 성과를 예측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이런 문제점을 신용평가를 통해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 탓에 일반 투자자가 펀드를 외면하게 될 수도 있다.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발생하면 어떤 형태로든 투자자에게 전가할 것이다. 결국 투자자 스스로 보호를 위해 비용을 쓰라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금융당국이 투자자 보호라는 명분에만 집착하면서 정작 중요한 비용 문제를 간과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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