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업계에 따르면 농심의 신라면 등 권장소비자가격이 표기된 제품이 이마트 영등포점, 목동점 등에서 일부 유통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농심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부흥하기 위해 신라면 안성탕면을 필두로 권장소비자가격 표기된 제품을 유통시켰으며 앞으로 점진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최근 물가가 크게 오르면서 오픈프라이스 제도의 폐해가 드러나자, 1년만에 이 제도를 폐지하고 권장소비자가격을 다시 부활시켰다. 실제 지난달 22일부터 라면·과자·아이스크림·빙과류 등 4개 품목의 '오픈 프라이스' 제도를 폐지했으며, 가능한 품목부터 권장소비자가격을 표기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식품업계는 고민에 빠졌다. 가장 큰 문제는 '비용'이다. 소비자가격을 명시해야 하는 제품 전체에 대해 새로운 패키징을 도입해야 하고, 8월 한달 동안 소진할 수 없는 재고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유통시장 밖에서 거래되는 일명 '땡처리'라 불리는 물량 처리가 골머리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조업체 관계자는 "8월 한달 동안 기존 무자료 시장에 풀렸던 물량이 모두 소진되어야 할 상황"이라며 "8월 한달 동안 엄청난 가격 폭락을 가져올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는 기존 무자료 시장에 나온 제품들이 8월 한달 동안 팔리지 않을 경우, 제조업체로의 반품이 급증할 것이란 뜻이다. 일부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재고 물량에 대한 수량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식품업계는 새롭게 책정해야 할 적정가격에 대해서도 난감한 상황이다. 정부는 오픈프라이스 시행 전 가격으로 기준을 설정했지만 1년동안 밀가루와 설탕 등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년 동안 밀가루값, 설탕값 등이 폭등했으며 원자재값 역시 모두 올라서 부담감이 크다"며 "가격은 적정수준을 맞추기 어렵고 재고에 대한 해결책도 나오지 않아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식품업체가 짊어져야 한다"고 토로했다.
한편 유통업계는 권장소비자가격이 부활해도 가격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마트는 소비자가격 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권장소비자가격이 표기된 상품이 유통돼도 큰 영향이 없다"며 "기존에 판매하던 가격대로 계속 판매하고 있다"고 밝혔다. 롯데마트 관계자 역시 "이미 물량이 많이 확보해서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으며 가격이 명시돼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것이다"며 "대형마트 보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편의점업계도 마찬가지다. 편의점에서 현재 가격이 표기된 제품들은 기존 판매가와 동일하며 가격이 상승해도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편의점 관계자는 "농심의 신라면 블랙을 제외하고 현재까지 명시된 제품은 기존 가격과 동일하다"며 "다만 신라면 블랙은 100원 적게 1600원으로 판매되고 있으나 큰 문제는 아니고, 향후 편의점 가격에 맞춰 새로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권장소비자가격 표기와 관련해 전반적으로 우려를 보내는 상황에서 업계 일각에서는 긍정적인 효과도 기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할인행사를 하거나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 권장소비자가격이 명시되면 할인행사가 더욱 돋보일 수 있다"며 "이는 고객들의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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