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가격이 비싼 새 아파트는 현실적으로 자본이 부족한 무주택자보다 집을 바꾸려는 유주택자에게 더 적합한 상품인데도 현행 청약제도는 주택 교체 수요를 사실상 배제하고 있어 현실에 맞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한국주택협회에 따르면 무주택 도시근로자 가운데 82㎡ 넓이의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를 마련할 수 있는 소득 계층은 최소 7분위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도 도시근로자 소득분위별 평균 소득을 기준으로 자기자본 50%에 20년 분할상환 조건의 주택담보대출을 받는다는 가정에 따라 계산한 결과다.
같은 조건을 적용하면 수도권의 99㎡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을 수 있는 소득 계층은 8분위 이상으로 더 올라간다.
분양가상한제 시행과 부동산 경기침체의 장기화에도 여전히 높은 땅값과 아파트 고급화 현상으로 인해 중산층조차도 수도권에서는 생애 첫 주택을 새 아파트로 장만하기 쉽지 않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미 주택을 한 채 가진 수요자가 기존 주택을 처분해 신규 분양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자기자본 70%로 가정)에는 3분위 소득층까지 수도권 82㎡ 규모의 새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행 주택청약제도는 청약자격을 1·2·3순위로 구분하고 있어 무주택자들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즉, 분양가 마련이 가능한 1주택자 교체 수요를 외면하고 비용을 구하기 어려운 무주택자에게만 우선권을 주는 셈이다.
비용이 모자란 다수의 무주택자가 새 아파트를 분양받는 사례가 많다 보니 당첨자가 실제로 입주하지 못하고 분양권을 전매하는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건산연은 진단했다.
또 소득이 높아 언제라도 집을 장만하기 쉬운 고소득 무주택자가 새집으로 이사하고 싶어하는 중간 소득수준의 1주택자보다 당첨 확률이 훨씬 크다는 점도 형평성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김현아 건산연 연구위원은 “현재 청약제도는 주택 보급률이 70~80%에 그치고 재고주택이 충분하지 않을 때 무주택자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라며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고 자가 거주보다 안정적인 임대 거주를 선호하는 지금 상황에는 맞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따라서 무주택자는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기존 주택을 구입하거나 공공주택 분양을 받도록 하고, 1주택자에는 민영아파트 분양 기회를 늘려주는 방향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김 연구위원은 제안했다.
그는 “민영주택 분양은 무주택자의 첫 구매보다는 기존 주택 보유자의 교체 구매시장으로 기능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대신 보금자리주택과 같은 공공주택에는 더욱 엄격한 청약기준을 적용해 유주택자의 진입을 차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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