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2일 지난달 외환보유액 중 금 보유량을 대폭 늘린 것에 대한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7월 중 외환보유액 현황에 따르면 외환보유액이 3110억3000만달러로 3개월만에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금 보유량은 전월 14.4t에서 7월 말 현재 39.4t으로 25t 늘어났다. 원가 기준으로는 8000만달러에서 13억2000만달러로 상승했다.
이에 따라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0.03%에서 0.4%로 급등했으며 시가 기준으로는 0.2%에서 0.7%로 늘어났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4월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금 보유량을 확대한 것이다.
한은은 이에 대해 “외환보유액이 3000억달러를 넘어섰고,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국내 시장이 안정을 유지해 금 보유 여력이 개선됐다”며 금 보유액을 늘린 배경을 밝혔다.
또한 전체 외화자산 운용 리스크를 줄이고, 국제 금융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함과 동시에 외환보유 안전판 역할을 위해서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는 옳지만 적정 금 매입 시기를 놓쳤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온스당 1600달러를 돌파하는 등 금값이 연일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는 가운데 한은의 금매입은 ‘상투’을 잡은 것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더군다나 최근 금값의 기록적인 상승이 미국의 부채상한 합의 부진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해석되면서 합의안이 마련된 지금 사라질 거품이 자칫 한은의 외환보유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삼성경제연구소 정영식 수석연구원은 “한은이 보다 빨리 금을 사들였다면 지금보다 비용부담이 적었을 것”이라며 “그간 시장에서는 금 보유량을 늘리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타이밍 측면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에 남겨진 더 큰 문제는 이번 금 매입으로 현재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0.4% 늘어난 금의 비중을 더 늘릴 것인지에 대한 결정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미국 경제상황을 볼 때 1% 까지는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선진국과 신흥강대국이 국민자산의 안전화 차원에서 금 보유량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에서 우리나라도 이번 대량매입을 통해 금 보유규모가 56위에서 한 45위로 상승했다. 그러나 세계 7위권인 외환보유국인 점을 고려하면 아직 금 보유량이 적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은 입장에서는 가격 상승 외에 이자 등의 수익을 기대할 수 없는 금의 확대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한 전문가는 “금값이 상승할 때 금을 사들이는 한은의 태도는 신중성을 고려하더라도 이해하기 힘들다”며 외환운용 전략이 부족함을 지적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그간 안전성을 위주로 보수적인 운용을 해오던 한은의 외환보유 정책이 변화했다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면서 “최근 미 국채가 안전자산으로서 위상을 잃은 만큼 유가증권의 포트폴리오도 유망한 국채쪽으로 다변화를 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