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금융권 ‘퍼펙트 스톰’] 고졸 채용, ‘포퓰리즘’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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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02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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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은행권의 고졸 채용 확대를 두고 환영의 목소리가 높지만 한편으로는 '포퓰리즘'을 경계해야 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채용되는 고졸자들이 대부분 창구 텔러직이나 콜센터 상담원, 사무보조 등 단순 업무를 맡는 비정규직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계약직으로 출발하며 2년 후 업무 평가 등을 통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하지만 무기계약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성과 평가와 함께 시험을 치르는 등 더욱 까다로운 관문이 기다리고 있다.

현재 채용된 고졸 행원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침을 내세운 곳은 기업은행과 우리은행, 산업은행에 불과하다.

또한 임금과 승진체계에서도 고졸 행원과 대졸 행원의 격차가 커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일반 시중은행의 고졸 행원 연봉 초임은 약 2400~2500만원대다.

반면 대졸 행원들의 연봉은 2900~3200만원으로 약 20% 정도 웃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근속기간만 따지면 고졸 행원들이 더 앞선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금융회사의 고졸자 평균 근속기간은 17.5년으로 대졸자(9.9년)의 두 배에 달했다.

대졸자의 경우 고학력에 따라 입사 연령이 높아지면서 상대적으로 고졸자보다 근속 기간에서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다.

고졸채용 확대 움직임을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 2008년 '용두사미'로 끝났던 금융권 인턴채용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염려도 제기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청년실업 해소 차원에서 금융권에 인턴 채용을 독려했고 은행권도 이를 따라 많게는 2000명 가량의 인턴을 채용한 바 있다.

하지만 채용된 인턴직원이 맡은 업무는 대부분 단순 사무 보조에 불과했고 정규직으로 전환된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였다. 당시 공공기관 인턴 정규직 전환율은 4.1%에 그쳤다.

시중은행들이 고졸 채용과 함께 특성화고 출신들을 대상으로 인턴십 제도도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우면서 이 같은 우려가 점차 커지는 양상이다.

과거와 달리 창구에서 파생상품 등 복잡한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등 업무 영역이 고도화되고 있어 고졸자들이 안정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는 시스템 보완도 절실하다는 지적도 많다.

민간경제연구소의 한 연구원은 "은행권의 고졸 채용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으려면 임금 구조와 승진체계 등 인사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하고 고졸 채용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채용 부문을 점차 늘려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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