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헌규의 중국이야기 15-6> 간단하지 않은 이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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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0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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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 13억의 중국, 그 실상과 허상

베이징 올림픽을 앞둔 2008년 봄. 한국 교민이 많이 모여 사는 베이징의 한 지역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한국 교민 사업자가 조선족 중국인한데 공개적으로 크게 망신을 당하고 혼쭐이 난 사건이었다. 조선족 친구가 들려준 현장 상황은 대략 다음과 같았다.

조선족 동포 재력가가 베이징에 한국돈 약 수십억원을 들여 고급 사우나와 대형 식당을 지으면서 한국 교민 업자에게 일부 인테리어 일을 맡겼다. 문제는 인테리어 마감 작업에 하자가 발견된데서 비롯됐다. 이 조선족 동포는 과거 20년가까이 한국을 상대로 온갖 굳은 일을 해 큰 돈을 모은 사람이었다.

조선족 부자는 자신의 사업장에 있는 100명 가까운 조선족과 한족 중국인 일꾼들을 소집한 뒤 한국인 사업가를 불러들여 무참하게 꾸짖고 나무라며 공개 망신을 줬다.

“무슨 일을 이따위로 했나. 이렇게 해서 중국에 발붙이고 살겠나. 자신없는 일에 왜 달려들어 남의 사업을 망치려드느냐.”

현장을 목격했던 조선족 친구는 그날 이 조선족 재력가가 하청업자인 한국 교민 업자에게 중국 사업에서 발을 못붙이게 할 것이라는 폭언을 남긴 뒤 자리를 떠났다고 전해줬다.

어쩔수 없이 중국과 교류하고 상대해야 하는 우리의 존재감이 왠지 시간이 갈수록 옹색해는 느낌이다. 중국은 한발 한발 우리 기술을 따라잡고, 우리 시장을 잠식하는 것은 물론 자본력에서도 우리를 따돌리고 있다.

“한국 교민이 2억원을 들여 화장품 가게를 하나 내면 중국인들은 그옆에다가 5억위안을 들여 똑같은 가게를 엽니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훨씬 고급 제품을 취급하고 매장 직원도 웃돈을 주고 빼내 가니 우리는 자연히 고사할수 밖에 없지요.”

지린(吉林)성 창춘(長春)에서 만난 한 한국 교민은 “자본력이 경쟁의 요체인데 한국인의 경우 현지 금융조달이 안되니 중국 자본에 밀려 백기를 들 수 밖에 없는 형국”이라고 말했다.

우리 정부 인사들은 중국관계에 대해 입만열면 한중교류가 1992년 수교 이후 놀랍게 발전했다며 자화자찬하기 바쁘다. 항공편 취항수와 인적교류와 무역액이 얼마나 늘어났는지 앵무새 처럼 되뇌인다. 하지만 한중관계에 있어 질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대중 외교가 얼마나 주체적인지, 향후 대중국 전략을 어떻게 짜야할지에 대해선 별로 말이 없다.

우리는 시짱(티베트)과 타이완 문제를 다루거나 언급하는데 있어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국가처럼 처럼 자유롭지 못하다. 프랑스 같은 유럽국가의 태도로 시짱 문제를 다뤘다가는 당장 중국과 경협 불화로 경제가 파탄에 이를지도 모른다. 우리정부는 중국 눈치를 보느라 타이완에 과장급 정무관계자 하나 마음대로 파견할 수 없는 처지다.

중국과의 외교를 비롯한 대외 관계에 있어 한국이 얼마나 무력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우리 경제에 있어 중국이라는 투자처와 시장이 없는 상황은 이제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대중 경제 의존도가 심화됐다. 중국은 세계가 G2 (중국 미국)니, 팍스시니카니 하는 별병을 붙일 만큼 가공할 위세의 국운 융성기를 맞고 있다.

이에비해 우리 한국은 경제 성장의 새로운 모멘텀도 부족해 보이고 그동안 사회발전의 원동력인 역동성도 많이 쇠퇴한 느낌이다. 때 마침 지난 2010년 2월께 동아시아 축구선수권대회에서 중국이 32년만에 한국 축구를 격파한 것이나, 비슷한 시기 캐나다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중국 여자 쇼트트랙이 한국을 제압한 것이 그저 우연으로만 보여지지 않는다.

중국의 굴기는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중국은 우리에게 무엇인지’, 또 ‘중국인은 우리에게 누구인지’, 중국을 다시 냉철하게 헤아려야한다. 대응 여하에 따라 그것은 우리에게 커다란 화근이 될 수도, 아니면 민족 부흥과 재도약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은 결코 녹녹치 않은 이웃이다. 무서운 속도로 질주하는 중국을 더 이상 구경꾼의 태도로 바라봐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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