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오랜 전통이던 '셔틀경영'의 패턴을 깨고 6개월 가까이 국내에 장기체류하면서 롯데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2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지난 30여년 동안 홀수달은 한국, 짝수달은 일본에서 근무하는 이른바 '셔틀경영'을 펼쳐온 신 회장은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난 3월 초 귀국한 이후 6개월째 국내에 머물고 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짝수달인 8월에는 일본으로 가야 하지만 지난달 31일에도 후쿠시마(福島) 앞바다에서 규모 6.5의 강진이 발생하는 등 여진의 위험이 여전해 당분간은 계속 국내에 머물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은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마련된 집무실 겸 숙소에 머물면서 5개월 넘게 거의 매일같이 주요 계열사 CEO들로부터 주요 경영 현안과 관련한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고 롯데 측은 전했다.
특히 7~8월은 여름휴가 시즌인데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업무보고는 계속되고 있어 주요 계열사 CEO들은 여름휴가도 미룬 채 업무보고 준비를 하느라 비지땀을 흘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롯데 계열사 임원은 "총괄회장님이 워낙 꼼꼼하고 깐깐하신 분이라 업무보고를 대충 할 수가 없다"며 "전에는 한 달이면 끝나던 업무보고가 5개월 넘게 계속되다 보니 많은 CEO가 힘들어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종종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023530] 사장 등을 대동하고 점심식사 후에 롯데백화점 매장을 둘러보는데, 매장 구석구석을 워낙 꼼꼼히 둘러봐 무려 2시간여에 달하는 '순례'를 마치고 나면 동반자들이 파김치가 될 지경이라고 롯데 측은 전했다.
롯데 관계자는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지 5개월 가까이 지났지만 일본 동북부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여진이 이어지고 있어 주위에서 회장님의 일본행을 만류하는 상태"라며 "휴가시즌에도 업무보고는 이어지고 있지만 계열사 CEO들은 적당히 눈치를 봐가며 짬을 내 휴가를 가고 있어 별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89세의 고령인 신 회장의 거의 유일한 낙이 주요 계열사 CEO들로부터 업무보고를 받는 것이어서 그가 국내에 체류하는 동안에는 롯데 CEO들의 긴장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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