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믿을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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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03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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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채 협상서 양보…민주당 친정서 찬기운

(워싱턴=송지영 특파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가까스로 정부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를 막았지만, 친정인 민주당으로부터 불신의 바람이 매섭게 불고 있다. 이는 내년 대선에 도전하는 오바마에게 악재가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2일(현지시간) 민주당 의원들이 "과연 오바마를 믿고 앞으로 공화당과 굵직한 협상과 담판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불신의 기운을 표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 오바마 '막판 저자세' 맹공
오레곤 출신인 피터 디파지오 하원 의원은 "오바마가 이번 협상에서 공화당과의 문제를 잘 처리했느냐"는 질문에 "다른 농담은 없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부자 과세 등을 통한 추가 세수 확보안은 완전히 빠지고 지출 감축을 골자로 한 의회 통과 법안 때문에 오바마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앞으로 노년층 대상 공공의료보험인 메디케어 등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지킬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는 것이다.

뉴욕 출신의 엘리엇 엔젤 하원 의원은 "이번에 웅크렸는데 다음에는 안 그렇겠느냐"며 오바마의 협상 자세를 비꼬았다.

민주당의 오바마에 대한 서운함은 그가 "부채 상한 증액과 추가 세수 확보는 분명히 협상 테이블에 있을 것"이라고 밝혀 왔지만, 막바지에 포기해 버린 데서 비롯됐다. 공화당이 강하게 거부하자 시간에 쫓긴 오바마는 입장을 뒤짚었다. 결국 사회보장 연금과 메디케어도 크게 후퇴해 협상을 마무리지었다는 게 민주당 의원들의 해석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지지도 추이(초록선/8월1일 현재/출처 갤럽)

◇공화, '자화자찬'…민주, "어쩌나"
상원이 이날 하원에서 넘어온 법안을 찬성 74 대 반대 26으로 통과시킴에 따라 정부 부채 상한을 놓고 벌어진 양당의 기싸움은 일단락됐다. 이번 결과를 놓고 공화당은 일부 극보수 하원 의원들을 제외하고는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는 자평이 많다. 오바마와 민주당이 당초 주장했던 세금 인상을 막아냈고 사회 복지 프로그램에 대한 지출을 줄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분위기를 한껏 활용해 공화당은 하원의장인 존 베이너와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미치 매코넬이 일을 잘 했다며 추켜세웠다.

민주당은 앞으로 공화당과 함께 구성할 위원회 내에서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도 걱정하는 분위기다. 처음부터 양보한 게 너무 많아 과세코드 조정 등 구체적인 정부 지출 감축 협상에서 열위에 설 수 있다는 우려다.

9000억 달러의 정부 예산 삭감에 이어 12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추가로 1조5000억 달러 규모의 감축안을 오는 11월까지 정부와 의회에 권고하게 된다.

◇오바마, 내년 대선 '빨간불'
가장 큰 걱정은 내년 대선이다. 아직 공화당에서 스타급 후보를 만들지는 않았지만 오바마의 추락하는 인기는 무시할 수 없는 판세로 굳어지고 있다.

오바마를 지지해온 풀뿌리 조직들도 이번 협상을 놓고 실망감을 드러내고 있다. 500만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무브온(MovoOn.org)'의 저스틴 루벤 이사는 "대통령을 뽑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했는데 이번 협상 때문에 많은 회원들이 실망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와의 측근인 일리노이 민주당의 제시 잭신 주니어 의원은 "가난한 계층과 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에도 손을 댈 수 있다는 암시를 준 것이 오바마의 가장 큰 실수"라고 평가했다.

반면 백악관의 평가는 사뭇 다르다. 재이 카니 대변인은 "오바마는 이번 협상에서 엄청난 리더십을 보여주었으며, 만에 하나 디폴트에 들어갔을 때 잃게 될 정치적 타격을 생각하면 얻은 것이 더 많다"고 밝혔다.

또한 2조4000억 달러의 정부 적자 감축에 찬성함으로써 오바마는 독립 성향의 유권자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의 존 래프 전략가는 "부채 협상은 앞으로 진행할 많은 주요한 일들 중 하나"라며 "진보계층들이 오바마를 지지해줄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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