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 |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이 지난해 초 LG유플러스의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맡으면서 내 놓은 화두(話頭)다.
만년 3등의 자리를 탈피하고자 하는 절박함이 배어 있는 말이었다. 회사 이름도 아예 탈통신에 어울리게 바꿔버렸다
하지만 이통통신사가 갑자기 탈통신이라니, 피부에 와 닿지 안 않다는 게 당시 업계 전문가들이 내 놓은 지적이다.
이후 이상철 부회장은 탈통신을 외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위치기반 서비스 △모바일 광고 △ 온라인 쇼핑몰 △ 스마트폰 CCTV 등이 대표적으로 사례로 꼽힌다.
그런데 탈통신을 너무 ‘세게’ 했을까.
대형 사고가 터졌다. 그것도 정작 '본업'인 통신에서 말이다.
2일 LG유플러스의 이통통신망을 이용하는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9시간 동안 중단돼 920만 가입자가 큰 불편을 겪었다.
전국에서 이처럼 오랫동안 이통통신망이 마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LG유플러스는 3일 오전까지 사고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이날 오후에서야 "일시적으로 폭증한 데이터 트래픽을 통신설비가 수용하지 못해 서비스 중단 사태가 발생했다"고 부랴부랴 발표했다.
언제든 유사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사상 초유의 사태로 불만이 커진 가입자들을 달래기 나름대로 보상책을 내놨지만, '쥐꼬리’ 보상이라는 반발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대처가 이 부회장의 경영 능력을 시험하는 장(場)이 될 것이라는 다소 성급한 관측마저 흘러 나오고 있다.
이 부회장이 통신을 주특기로 하는 LG유플러스의 DNA를 확실하게 개조할 수 없는데다, 기본에도 충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안팎의 평가 때문이다.
이상철 부회장이 누구인가. 굴지 통신 업체인 KTF, KT 사장을 거쳐 정보통신부 장관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런 백그라운드를 가진 그가 탈통신을 외치는 장면은 사업 다각화를 그럴듯하게 포장한 것으로 비춰질 뿐이었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의 경영 성적표가 초라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부회장에겐 부담이다.
LG유플러스가 최근 발표한 올 2분기 실적은 매출액 2조3000억원, 영업이익 603억원, 당기순이익 353억원으로 시장 예상치를 밑돌었다.
하반기 실적 개선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때문에 증권사들은 앞다투어 이 회사의 주가 목표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이제 이 부회장이 마지막 승부수는 4세대(4G) 서비스인 롱텀에볼루션(LTE)다. 3등 탈피를 위해 LTE에 ‘올인’하겠다는 게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치 않다.
아직 전국에 망이 깔리지 않은 ‘반쪽 자리 서비스’ 에 불과하다.
또 경쟁사인 KT와 SK텔레콤의 자본력이 한 수 위인데다, 마켓팅측면에서 많이 딸린다.
오히려 이통 3사의 4G 경쟁의 본격화되면 LG유플러스가 더 뒤쳐질 수 있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뿐만이 아니다.
새로이 출범하는 제 4 이동통신사도 LG유플러스에겐 큰 부담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제 4이통사가 저렴한 요금을 무기로 시장에 본격 진입하면, LG유플러스가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통시장이 4개사의 경쟁 체제로 바뀌면, LG유플러스는 '탈3등'은 커녕 위상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의 앞으로의 경영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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