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미국 뉴욕증시 주요지수는 2% 이상 급락했다. 특히 다우지수는 2.19% 추락, 심리적 지지선인 1만2000선마저 무너뜨렸다. 이로써 지수는 2008년 10월 이후 가장 긴 8거래일 연속 떨어졌다. 이날 발표된 6월 소비지출이 2009년 9월 이후 처음 감소세로 돌아섰고,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다시 경고한 것이 투매를 부추겼다.
연초 대비 다우지수(검은색)-금값 등락률(출처 WSJ) |
문제는 2009년 3월 저점에서 2년 반 가까이 강세장을 펼치며 승승장구한 증시가 추진 동력을 거의 소진했다는 점이다. CNN머니는 현재의 경제 여건은 2년 반 전보다 나을 게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4%에 그쳤고, 1분기 수치는 0.4%로 하향 조정됐다. 실업률은 다시 9%를 넘어섰고 소비와 제조업 관련 지표도 심하게 악화됐다. 주택시장은 이미 더블딥에 빠졌다는 게 중론이다.
닉 캘리버스 MF글로벌 부사장은 이날 AP에 "시장은 성장 여력이 남아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며 "아직 '패닉버튼'이 눌러진 것은 아니지만, (버튼을 누를 날이) 머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블딥 우려가 커지면서 기업들의 실적전망도 악화되고 있다. 미국 투자업체 스트리트토크어드바이저스의 랜스 로버츠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증시가 상승 마감할 가능성은 절반밖에 안 된다"며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기업 실적이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CNN머니에서 밝혔다.
그는 "최근 기업들이 호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경기 회복세뿐 아니라 비용절감에 기댄 측면이 크다"며 "매출과 마진이 늘지 않고는 실적이 정점에 이를 수 없다"고 덧붙였다.
CNN머니는 최근 주가가 저평가돼 있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올해 미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 예상치는 12배로 100배에 달했던 닷컴버블 때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올해 기업들의 순이익 증가율이 10%에 이른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순익이 이에 못 미치면 주가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로버츠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의 3차 양적완화 프로그램(QE3) 실시 여부가 올 하반기 증시의 랠리 여부를 결정짓는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까지 실시된 두 차례의 양적완화가 증시는 띄어올렸지만, 경제에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증시에 호재가 될 게 아니라고 덧붙였다.
미 리서치업체 퓨전IQ의 배리 리톨츠 CEO는 미국이 이번 합의로 재정적자 감축에 집중하는 것이 또 다른 침체를 불러 증시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몇개월 전에는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을 10%로 봤지만, 이제는 30%는 된다"며 "재정긴축은 곧 경기침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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