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환 경제부 차장 |
건국이후 최고라는 폭우피해로 서민생활이 파탄날 지경인 이 엄중한 시점에 이번 사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난감하기 짝이 없다.
더욱이 비위수법을 보면 이들이 과연 국가에 헌신해 온 공무원이었다는 것 마저 의심케 한다. 카드깡, 성접대 의혹 등 혀를 내두르게 하는 비위수법은 시정잡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다. 기계연구원과 한국방사성폐기물관리공단 직원은 관련 사실이 적발되자 사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연한 결과다.
지경부는 정부 부처 가운데에서도 가장 많은 산하기관을 둔 부처다. 기관장에 대한 인사권과 예산을 쥐고 흔드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는 곳이다. 때문에 해당 기관으로서는 지경부 말단 공무원 말 한마디도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구조다. 이번 사태는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고액 연봉을 받고 있는 산하단체들에게 국민은 안중에 없고 지경부 공무원만이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줬을 뿐이다. 지경부 역시도 언제든지 유사 사건이 벌어질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안다면 스스로가 조심했어야 한다.
이번 사태를 전후해 보여준 지경부의 행태도 이해하기 어렵다. 지경부는 이번 비위에 연루된 12명과 산하기관 17명에게 엄중문책 방침을 밝혔다. 언론에 보도된 직후 뒤늦게 이를 시인한 것이다. 징계위원회 회부 절차를 거치고 있었다고는 해명했지만 궁색하다. 자칫 일부 공직자들의 비위로 사건을 무마하려 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법하다. 차제에 다시한번 공직사회 전체에 대한 비위 재발방지책은 물론 산하단체 전방으로 감찰을 펼쳐야 한다.
국민들은 최중경 장관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 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것이다. 국토부 연찬회 파동 당시에는 권도엽 현 장관이 취임하기 전에 벌어진 일로 책임을 묻는 것은 무리였다. 그러나 이번 건은 명백히 최 장관 취임 이후 벌어진 일이다.
그에게 직접적인 책임을 묻기는 어렵지만 최소한 도의적인 측면에서 대국민 사과라도 표명할 것을 고려해야 할 판이다. 그만큼 이번 사태가 가져올 파장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더구나 대기업들의 팔을 비튼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벌여온 서민·중소기업 발언이 이번 사태로 훼손되지 않고 진정성을 갖추려면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공직사회의 도덕성은 최후의 보루다. 또다시 이번 일을 과거처럼 어물쩍 넘어가려 한다면 국민들의 준엄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것을 명심하기 바란다.
이번 사태로 염려스러운 것은 자원봉사자와 함께 호우피해복구를 위해 살신성인하고 있는 군인, 소방당국 등 공무원들의 사기마저 꺾이지나 않을까 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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