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총생산(GDP)의 93.2%에 달하는 부채를 떠안고 있는 미국은 2일(현지시간) 논란 끝에 부채한도 증액법안을 입법화했지만, 국제 신용평가사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다. 이들은 미국이 과감한 재정감축에 나서지 않으면 국가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재정위기 진원지인 유럽과 장기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일본도 경기부양의 여지가 달리기는 마찬가지다.
◇美 연준 움직이나…양적완화 무용론·인플레 부담
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가 오는 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원회(FOMC)에서 어떤 신호를 보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연준의 3차 양적완화(QE3)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무엇보다 부채한도 증액법안의 재정감축안 탓에 재정을 통한 부양 여력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당초 연준은 올 들어 두드러진 성장 둔화세를 회복기의 일시적 침체인 소프트패치로 판단했다. 하지만 1분기 GDP 증가율은 1.9%에서 0.4%로 낮춰졌고, 2분기도 1.3%에 그치면서 더블딥 조짐이 짙어졌다. 시장에서는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연준이 제시한 2.7%~2.9%에는 이르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로베르토 페를리 전 연준 재무부문 부책임자는 "1분기 성장률은 거의 제로(0)에 가까워 위태로운 수준"이었다며 "연준은 이번 FOMC에서 심각한 논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연준이 QE3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금융위기 이후 이미 두 차례 실시한 양적완화에 비판이 거세고, 갈수록 커지고 있는 물가상승 압력도 부담이다.
이런 기류는 연준 내부에서도 읽힌다.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연준의 채권매입과 저금리 기조 유지가 장기 인플레이션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프리 래커 리치몬드 연은 총재도 최근 한 강연에서 "최근의 인플레이션 추세로 볼 때 추가적인 통화 부양책은 적합하지 않다"며 "실질 경제성장률에도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는 연준이 QE3에 나서기보다 저금리 기조를 고수하고 만기가 도래하는 미 국채를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장부 규모를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유럽도 인플레 발목…'엔고' 日은 추가 부양 임박
재정위기로 고전하고 있는 유럽도 당장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할 처지지만, 역시 인플레이션에 발목이 잡혀 있다. 이런 가운데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경제 성장률은 최근 3분기 연속 1%를 밑돌고 있다. 최근에는 제조업마저 휘청이고 있다. 재정위기를 추스르기 위해 긴축을 강화한 부작용이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유럽중앙은행(ECB)이 올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서지 않을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로이터는 인플레이션 압력에 민감한 ECB가 4일 열리는 금융정책회의에서도 긴축성향을 드러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를 또 높이지는 않겠지만, 인상 기조를 재확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 달리 시장에서는 일본은행(BOJ)이 4~5일 열리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추가 부양책을 내놓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이 여파로 3일 5년 만기 일본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12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블룸버그도 BOJ가 이번 회의에서 400조엔 규모인 자산 매입 프로그램 규모를 5조~10조 엔 더 늘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최근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고 있는 데 따른 후폭풍을 수습하기 위한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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