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는 각국 중앙은행에 대한 신뢰 추락도 이날 증시 폭락의 한 요인이 됐다고 지적했다.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은행(BOJ)이 이날 시장에 개입했지만, 시장의 우려를 누그러뜨리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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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달러 환율(단위 엔)-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단위 %)-FTSE 세계지수(왼쪽부터/출처 FT) |
이날 ECB는 역내 재정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지난 3월 중단했던 재정불량국 국채 매입을 재개했다고 밝혔고, BOJ는 엔고 저지를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터키 중앙은행은 세계 경제에 대한 우려로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췄다.
하지만 일련의 조치는 투자자들을 안심시키지 못했다. 뉴욕증시의 다우지수는 4.31% 떨어졌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78% 빠졌다. 영국 FTSE100지수는 3.42%, 독일 DAX30과 프랑스 CAC40지수는 각각 3.40%, 3.89%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이날 낙폭이 2008년 리먼브라더스 붕괴 다음날보다 크다며 글로벌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돌입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Fed) 출신의 에드 야데니 야데니리서치 설립자는 "신뢰의 위기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며 "중앙은행들은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ECB는 이날 재정불량국 국채 매입 재개 사실을 시사하면서도 대상을 아일랜드와 포르투갈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독일 중앙은행인 분데스방크를 비롯한 주요국이 국채 매입 재개에 반발하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수익률은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 출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이탈리아의 한 관료는 "ECB가 독일 국채(분트)를 뺀 유로존 국채시장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불평했다.
ECB는 다음주 금융권에 대한 유동성 공급을 위해 6개월 만기 자금을 무제한 공급하는 긴급대책을 내놓겠다고도 했지만, 시장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증액과 관련한 논란에 더 집중했다.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재정위기를 타개하는 유일한 해결책은 ECB가 나서 EFSF 규모를 늘리는 일밖에 없다는 관측이 세를 불리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 이상은 유로존 위기를 통제할 수 없다는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의 발언도 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일본에서도 BOJ는 힘을 쓰지 못했다. BOJ는 이날 엔화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한 데 이어 자산매입프로그램 규모를 기존 40조엔에서 50조엔으로 10조엔 늘렸다. 경제 회복세를 위협하는 엔화값 급등세를 잡고, 경기부양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 결과 76엔대로 떨어지며 전후 최저치를 위협했던 엔·달러 환율은 급등(엔화값 급락)했지만, 상승폭은 차차 좁혀져 78엔 후반대에 머물렀다.
터키 중앙은행은 이날 세계 경제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며 기준금리인 1주일짜리 레포금리(재할인금리)를 6.25%에서 5.75%로 낮췄다. 이는 사상 최저치로 터키의 기준금리 인하는 6개월만이다. 하지만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넘어서는 등 경기 과열에 대해 우려가 컸던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갑작스런 조치를 내놓자 터키 증시 벤치마크 지수는 3% 넘게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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