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외환당국은 이날 엔고 저지를 위해 엔화를 대거 팔아치우는 방식으로 시장에 개입했고, 전날에는 스위스 중앙은행(SNB)이 환율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했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가 안전자산 수요를 부추기면서 엔화와 스위스프랑화 가치는 지난 1년간 달러화에 대해 각각 11%, 36% 올랐다. 부채한도 증액을 놓고 미국 정치권의 공방이 이어지면서 불거진 재정위기가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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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달러인덱스 추이(출처 CNBC) |
◇美 'QE3' 가능성↑…'환율전쟁' 새 국면
부채협상이 마무리되면서 미국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는 해소됐지만, 달러화는 또 다른 약세 압력에 직면했다. 미 경제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불거진 것이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경기 부양을 위해 추가 양적완화 카드를 쓸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하고 있다.
양적완화는 제로(0) 수준인 기준금리를 더 낮출 수 없는 상황에서 달러화를 찍어 경기를 부양하는 방식이다. 시중에 달러화가 늘어나는 만큼 달러화 가치는 하락한다. 연준은 금융위기 이후 두 차례의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수조 달러를 공급했고,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달러인덱스)는 10% 가까이 추락했다.
문제는 달러화 약세가 신흥국의 통화 강세를 부추긴다는 점이다. 저금리로 조달된 달러화 자금이 투자 매력이 큰 신흥시장으로 대거 유입되기 때문이다. 통화 강세는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지난해 전 세계가 자국 통화 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환율전쟁을 벌이게 된 이유다.
시장에서는 연준의 3차 양적완화에 따른 환율전쟁은 지난해보다 수위가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캘럼 헨더슨 스탠다드차타드 외환 리서치 부문 글로벌 책임자는 "환율전쟁이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고 있는데, 이는 신흥국이 달러화 약세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설 것"이라며 "앞으로 각국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은 더 잦아지고, 달러화에 대한 악감정도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율전쟁 확전…각국 시장개입 수위 높여
그도 그럴 것이 미국과 유럽의 재정위기로 달러와 유로화 가치가 추락하는 사이 지난 3개월간 스위스프랑·뉴질랜드달러·엔·헤알화(브라질) 가치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랐다. 지난해 9월 주요국 당국자 가운데 처음으로 '환율전쟁'을 공식화한 귀도 만테가 브라질 재무장관은 지난달 환율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달러화 대비 헤알화 가치는 2008년 말 이후 35% 가까이 올랐고, 최근에는 12년래 최고 수준으로 거래되고 있다.
실제로 각국 정부는 최근 환율 방어를 위한 개입 수위를 높이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지난 2일 160억 달러 규모의 감세조치를 취하고, 헤알화값 급등으로 고전하는 제조업 보호를 위해 무역장벽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남미 지역 재무장관들은 이달 환율 방어를 위한 대책도 논의할 예정이다.
앞서 브라질은 지난해 금융거래세(IOF) 세율을 2%에서 6%로 높이고, 올 들어 해외 차입 달러화에 대해 6%의 IOF를 부과하는 등 핫머니(단기투기자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바 있다.
시장에서는 뉴질랜드 정부의 시장개입도 머지않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지난 1일 뉴질랜드달러·달러 환율은 88.43센트로 1985년 환율통제 해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아직 시장 개입 방침을 시사하고 않았지만, 시장에서는 앞으로 수주간 더 환율이 80센트 후반대를 유지하면 당국이 나설 것으로 점치고 있다.
수 트린 로열뱅크오브캐나다 외환투자전략가는 캐나다와 호주, 뉴질랜드 중앙은행 등이 이미 기준금리 인상을 자제하는 등 긴축 속도를 늦추는 방식으로 환율 방어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해외 자본 유입을 억제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검토하고 있으며, 시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한 발언도 주목했다.
아만도 테탕코 필리핀 중앙은행 총재도 전날 이메일을 통해 최근 3년래 최고 수준으로 오른 페소화값의 변동성을 억제하기 위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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