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여자축구 세계 정상 재일동포가 ‘숨은 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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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08 0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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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전역이 여자축구 대표팀의 월드컵 대회 우승으로 들떠 있지만, 재일동포 기업가가 숨은 공신이라는 사실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일본 여자축구 ‘아이낙(INAC) 고베(神戶)’의 구단주인 문홍선(60)씨.

경남 창녕이 고향인 재일동포 2세인 그가 만들어 키운 이 팀에는 일본 여자축구팀 주장으로 월드컵 대회 득점왕(5골),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사와 호마레(澤穗希.32)를 비롯해 대표 선수 7명이 속해 있다. 올해 1월 전일본 여자축구 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고, 팀당 연간 16경기를 치르는 일본 여자축구 리그에서 전반기 8연승 무패 행진을 달린 최강팀이기도 하다. 한국 대표 지소연(20), 권은솜(20)도 속해있다.

문씨가 여자축구팀을 만든 것은 2001년. 부동산, 정보통신(IT), 외식산업 등을 운영하는 ㈜아스코홀딩스 회장인 그가 스포츠비즈니스 분야에 관심을 둔 것이다.

“처음에는 남자축구를 하려고 했지만 선수를 모으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당시 감독의 권유를 받아들여 여자축구로 방향을 바꿨더니 운동을 하고 싶은데 갈 곳이 없어 고민하던 선수들이 모이더군요”창단 다음해인 2002년 지역 3부 리그 우승을 시작으로 2003년 지역 2부 리그, 2004년 지역 1부 리그에서 각각 정상에 서며 한 계단씩 올라갔다. 2005년에는 전국 리그인 ‘나데시코 2부 리그’에서 우승했고, 2006년 1부 리그에 진입했다.

문 회장은 2006년부터 파격적인 실험에 착수했다. 모든 선수가 다른 일은 하지 않고, 축구만 하면서 월급을 받게 한 것. 아마추어 리그인 일본 여자축구에서는 지금도 ‘아이낙 고베’만 이같은 시스템을 택하고 있다. 미국에서 활약하던 사와 같은 뛰어난 선수들이 아이낙 고베로 모인 것도 이같은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10년 동안 여자축구에 쏟아부은 돈이 얼마나 되느냐고 누가 묻더군요. 한 15억엔(약 200억원)쯤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자선사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 단기 이익을 보려고 하지 않고,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놓고 투자했을 뿐이다. “언젠가 우리 팀을 반드시 독립채산제로 운영할 겁니다” 월드컵 대회 우승으로 그 싹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전에는 “여자축구를 후원해달라”고 하면 문전박대하던 일본 대기업들이 국민적 영웅으로 떠오른 선수들의 유니폼에 회사 이름을 새겨넣으려고 줄을 서기 시작했다. 일본 여자축구 대표팀을 가리키는 ‘나데시코(패랭이꽃) 재팬’과 아이낙 고베 팀이 동의어처럼 간주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경기당 800명이었던 관중은 지난 6일 리그 8차전에서는 2만4천500명까지 늘었다.

조총련계 조선학교, 일본의 조선대학교를 나와 북한과 합영 사업을 하다 1990년대 초 사실상 뺏기다시피 한 뒤 북한에 환멸을 느끼고 5∼6년전 한국 국적을 취득한 문 회장의 소망은 고국의 여자축구 발전에도 이바지하는 것.

이진화(24.고양 대교눈높이), 지소연, 권은솜 등을 잇따라 스카웃한 것이나 비용을 부담해가며 국내 중·고생 여자축구 선수 3명을 일본으로 불러 훈련에 참가시키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14일에는 한국에서 열리는 한국, 중국, 일본, 가나 4개국 팀 친선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한국 여자가 강하지 않습니까. 한국 여자축구 대표팀도 올림픽이나 월드컵대회에서 우승하는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어떤 분야든 적어도 10년 앞을 내다보고 투자한다는 재일동포 사업가의 눈길은 어느덧 한국과 일본이 경쟁하며 세계 여자축구를 이끄는 미래로 향하고 있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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