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아이 엠 넘버 포. 2: 생명을 주관하는 소녀 넘버 세븐'은 로리언 행성에서 온 소년의 이야기 '아이 엠 넘버 포' 제2권이다. 자신의 목숨과 행성의 운명을 짊어진 채 지구로 온 로리언 아홉 가드들의 이야기를 그린 '로리언 레거시'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이다.
1권이 그들의 과거를 다루는 데 집중했다면, 이번 2권은 그들의 본격적인 전쟁을 예고하며 더욱 장대한 스토리를 선보인다. 특히 넘버 세븐이 머무는 한겨울의 스페인 산맥 속 수녀원의 황량함과 고립감, 넘버 포가 도망 다니는 미국 대륙의 다양하고 역동적인 자연 경관이 맞물리며 둘의 시선이 교차 서술되고 있어, 극의 긴장감을 한껏 고조시킨다.
이미 할리우드는 '트와일라잇' 시리즈와 '해리포터' 시리즈로, 남성에 국한돼 있던 판타지 블록버스터 장르를 여성과 전 연령대로 확대시킨 바 있다. '아이 엠 넘버 포' 시리즈는 이 모든 장르의 매력 요소가 모두 결합된 스토리다.
'아이 엠 넘버 포'의 긴장감을 이끌어가는 큰 줄기는 이들이 번호순으로 죽는다는 데 있다. 번호순이 아니면 죽일 수 없다는 것이 적들로 하여금 아이들을 제거하기 어렵게 하고, 아이들 또한 앞 번호 아이들의 죽음으로 인해 자신의 목숨이 더욱 위험해졌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아이들은 행성의 미래뿐 아니라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 번호가 임박한 동료를 구해야 한다. 이들의 싸움은 자신을 위한 싸움이기도 하다.
또한 이들의 싸움은 본인들만의 세계를 위해 싸우는 '해리포터' 시리즈와는 달리, 우리가 살고 있는 삶의 터전과 깊이 맞물려 있다. 자신의 행성을 오염시킨 후 살기 좋은 행성을 찾고자 로리언과 지구를 차례로 노리는 모가도어를 통해, 책을 읽는 독자들을 이들의 싸움에 깊이 개입시킨다.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은, 주인공들이 어렸을 때 지구로 와, 지구인과 로리언 인의 가운데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을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숙명을 버거워하기도 하고, 가끔 외면하기도 하며, 개인적 욕구를 위해 동료를 위험에 빠트리는 등 인간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는 기존 히어로물에서 주인공들이 숙명을 별 저항 없이 받아들이고 기꺼이 희생하는 것과는 다른 양상을 띠며 극의 몰입도와 이해를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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