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가 무너질 때까지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이다. 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요즘 글로벌 LCD 시장 상황에 딱 들어 맞는 말이다.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인 미국의 금융 위기가 세계 경제를 송두리째 뒤흔들리고 있어 특히 그러하다.
그런데, 이 같은 글로벌 LCD 업계 치킨 게임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바로 LG디스플레이다.
이 회사는 오는 30일 중국 광저우에서 LCD 생산 공장 기공식을 개최하기로 했다.
LG디스플레이가 신규 건설하는 중국 광저우 공장은 8세대 LCD 패널 생산용으로 공장 건설에 4조 2000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중국 쑤저우에서 7.5세대 LCD라인 기공식을 진행했다.
여기에다 중국 가전업체 TCL의 자회사인 화싱광뎬(華星光電)은 지난 6월말 시험생산을 마치고 지난 7일부터 8.5세대 LCD(액정표시장치) 기 판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번 LG디스플레이의 중국 투자로 LCD 가격하락 압력이 더욱 커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이미 시장에서 LCD 패널 가격은 끝없이 추락하며 사상 최저가를 연신 갈아치우고 있다 .
시장조사 전문업체 디스플레이서치가 지난 7일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40∼42인치 LCD TV용 패널 가격이 231달러로 떨어지며 지난달 후반기에 기록한 237달러 보다 3% 가까이 하락했다.
이는 사상 최저가로 지난해 1월 기록한 340달러와 비교했을 때 무려 47%나 급락한 수치다.
46인치 TV용 LCD패널 가격도 지난해 초 447달러에서 이달 초 307달러로 급락했다.
LG디스플레이의 중국 공장 착공은 가격 폭락을 더 부채질 할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강정두 디스플레이뱅크 연구원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중국 LCD 시장에서 치킨게임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제기된다.
왜 LG디스플레이가 왜 LCD 시장 치킨게임의 주도자로 나선 것일까.
지난해 LG디스플레이의 글로벌 LCD 시장 점유율은 24.8%로 삼성전자(25.5%)에 이어 세계 두번째다.
수치상의 차이는 극히 미미하다. 단번에 LG디스플레이가 삼성전자를 제치고 선두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LG디스플레이가 치킨게임을 유도하고 있는 연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또 다른 숨은 이유도 있다.
실적 부진으로 그룹 내에서 입지가 좁아 진 권영수 사장의 위기 돌파 ‘노림수’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에서 LCD 사업을 관장하던 장원기 사장이 하루아침에 물러 나게 되면서 권영수 사장도 안팎에서 직간접적인 사퇴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 진다.
이런 분위기에서 권 사장이 치킨 게임이라는 카드를 내 놓으면서 상황을 반전시키려 한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이제 관심은 LG디스플레이가 의도하는 대로 시장이 움직여 줄까 하는 것으로 옮겨 가는 형국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