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9일 국회 저축은행 국정조사특위가 저축은행 사태의 피해자 1인당 2억원까지 보상해주기로 한 것과 관련, "금융질서를 교란하고 재정 규율도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피해자들의 딱한 사정은 헤아려야 하나 문제를 그런 식으로 해결하는 건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저축은행 피해자 구제를 위한 국회 차원의 합의에 정부가 공식 반박, 향후 이 문제를 둘러싼 입법부와 행정부간 충돌이 예상된다.
박 장관은 특히 "예금자가 냈던 이자소득세까지 거론하는 것은 논리에 합당하지 않다는 점을 잘 헤아려야 한다"고 강조한 데 이어 현재 국제금융 시장의 혼란을 거론, "이렇게 휘둘리면 국제 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2009년 영업정지된 유사금융기관 피해자들과의 형평성 문제와 장차 발생하게 될 유사사례에 대한 좋지 않은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정부로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말한다"고 밝혔다.
그는 "여야가 합의한 대로 법을 만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민주당 김성곤 의원의 질문에 "대통령이 판단하겠지만, 정부는 그런 법안이 채택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답했다.
박 장관은 "납세자의 세금으로 보상한다든지, 다른 예금자의 부담으로 보상을 한다든지 하는 것보다 제3의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나 싶다"며 `피해 보상'이 필요한 다른 대상과의 형평성 문제를 적극 거론했다.
그는 "순국열사와 같이 나라를 지키다 유명을 달리한 분에게도 충분한 보상을 못한다"며 "또한 수해 등 여러 사례와의 형평성을 볼 때 약속을 어기며 5천만원 이상을 보상해 주는 것은 지나치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수해복구 지원과 미국발 금융불안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민주당 조배숙 의원의 질의에 "수해복구는 예비비 등을 활용해 대응할 수 있어 추경편성의 필요성은 없다"면서 "미국발 금융시장 혼란은 시일을 두고 판단해야겠지만 현 단계에선 그 정도에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스왑 체결 필요성에 대해서는 "통화스왑 같은 조치에 들어갈 정도로 사태가 긴박하다고 보지 않는다"며 "현재로서도 중국과의 통화스왑 300억달러, 일본과는 130억달러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추진하는 인천공항공사 국민주 매각 방안에 대해서는 "매각 취지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파생될 수 있는 기술적 문제점 외에도 여러가지 따질게 있다"며 유보적인 견해를 밝혔다.
한편,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달러 중심의 외환보유고를 다변화하는 방안에 대해 "통화 다변화는 중장기적으로 추진할 방향으로 분산하게 되면 유로ㆍ파운드ㆍ엔화로 갈 것"이라며 "금도 그런 시각에서 투자할 수 있을지 신중하게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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