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창 [사진 = 넥센 히어로즈 제공]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드디어 깨졌다. 그렇게 하라고 강요당하면서 어쩔 수 없이 시도하더라도 해내기 어려운 '프로야구 선수로서 자신이 스스로 승부를 결정지은 18경기에 연이어 패전투수로 오르는' 치욕적 패전 기록이 9일 드디어 멈춘 것이다. 투수 본인 잘못이건, 타선 침체 때문이건, 786일(2년 1개월 25일)동안 37경기에 걸쳐 이어졌던 오랜 기록이다.
프로야구단 넥센 히어로즈는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원정 경기에서 '6⅓이닝 1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심수창의 호투와 초반 득점으로 3-1의 승리를 거뒀다.
심수창은 이날 6⅓이닝 동안 '6피안타(1피홈런) 2사사구 2탈삼진 1실점(1자책)'으로 시즌 첫 승을 기록했다. 투구수는 모두 92개였고, 직구 최고 속도는 144㎞까지 찍었다. 심수창은 팀이 3-1로 앞선 7회 1사 1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오재영에게 넘겨주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오재영은 대타 손용석을 유격수쪽 병살타로 잡아 심수창의 자책점은 1점으로 유지됐다.
넥센 타선은 경기 시작직후 1회초 3점을 뽑으면서 심수창의 투구 부담을 한결 줄여줬다. 넥센은 우선 김민우의 볼넷, 장기영의 희생번트, 유한준의 적시타를 묶어 선취점을 냈다.
이어 박병호의 볼넷, 알드리지의 우익수 오른쪽 방향 안타, 상대 실책을 묶어 2점을 냈다. 알드리지 타석에서 알드리지가 상대 선발 송승준을 상대로 안타를 치자 2루의 유한준은 홈으로 들어왔다. 하지만 롯데 우익수 손아섭이 실책을 범해 알드리지는 2루까지 진루했고, 유한준에 이어 1루주자 박병호도 홈을 밟았다. 3-0으로 넥센이 멀리 달아나는 순간이었다.
롯데는 바로 반격의 의지를 보였다. 1회말 1사후 타석에 나선 김주찬이 심수창을 상대로 좌측 펜스를 넘기는 비거리 105m의 솔로포를 쏘아올린 것이다.
하지만 롯데의 이날 득점은 이것이 전부였다. 넥센은 심수창에 이어 오재영-박준수-이정훈-손승락으로 롯데 타선을 꽁꽁 틀어막으며 심수창의 선발승과 함께 팀 연승도 이었다.
롯데는 9회말 이대호-홍성흔 연속 우전안타로 무사 1·2루 찬스를 잡았다. 하지만 강민호 플라이 아웃, 조성환 삼진, 황재균 땅볼이 이어지며 찬스를 놓쳤다. 덕아웃에서 초조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심수창에게 너무나 값진 1승이 생긴 순간이었다.
경기가 끝난 순간 심수창과 넥센 선수들은 얼싸 안았다. 사직구장을 찾은 LG 팬들은 물론 많은 관중들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LG 시절이던 2009년 6월16일 인천 SK전부터 이어져 오던 심수창의 18연패 기록이 드디어 끝난 것이다.
지난달 31일 트레이드로 넥센의 유니폼을 입은 후 2경기 만에 승리 투수가 된 심수창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기쁘다. 그 동안 신경 안 쓰려 했는데 잘 안 됐다. 예전엔 몰랐는데, '1승'이란 것이 정말 힘들다는 걸 느꼈다"면서 끝내 눈물을 훔쳤다.
2009년에 이어 2010년도 연패 기록을 이으며 14연패 중이던 그는 시즌 초 "올시즌 목표는 1승"이라고 일찌감치 마음을 비웠다. 그러나 승리가 아닌 '4패'를 챙겨 눈물을 삼켰다.
한편 롯데 선발 송승준은 6⅔이닝동안 '5피안타 4사사구 6탈삼진 3실점(2자책)'으로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호투했으나, 타선과 수비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패전 멍에를 썼다.
송승준의 뒤를 이어 나온 이명우-이재곤-강영식-진명호 등이 한 점도 내주지 않았고, '6안타 7사사구 8삼진'의 넥센 타선보다 '9안타(1홈런) 2사사구 3삼진'의 롯데 타선이 기록만 보면 나았다. 하지만 롯데는 찬스 때마다 병살타가 잇따라 나와 득점을 놓쳤고, 9회말 '하늘이 주신 마지막 기회'마저 살리지 못하며 득점이 1회 1점에서 끝났다.
송승준의 호투, 이대호의 한국 프로야구 통산 6번째의 '7년 연속 200루타' 대기록이 모두 빛을 발하지 못하고 함께 묻히는 순간ㅇ었다. 송승준은 올시즌 '8패(8승)'째를 기록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