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풍지대' 韓채권시장 환율 1,200 땐 불안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1-08-10 06:4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무풍지대' 韓채권시장 환율 1,200 땐 불안

(아주경제 총괄뉴스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이 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했음에도 국내 채권시장은 무풍지대로 남았다.

미국발(發) 더블딥(이중침체) 우려가 본격화하고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한 이후 한국 주식시장에서 보인 외국인의 행보와는 완전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외국인은 이달 2일부터 9일까지 국내 증시에서 3조원을 빼내 갔다.

외국인의 대탈출 충격으로 6거래일 동안 코스피는 무려 18.41% 급락했다. 낙폭은 370.91포인트에 달했다.

그러나 한국 채권시장은 연일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적극적인 매수 덕분이다.

2일부터 8일까지 5거래일 동안 외국인의 한국 채권 순매수 규모는 약 9천400억원에 이른다. 지표물인 3년 만기 국고채와 통화안정증권을 주로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한 2008년 8월부터 5개월 사이에 13조6천억원어치 채권을 처분하고 한국 시장을 떠났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행보다.

◇ 한국 채권시장은 안전…"2008년과 다르다"

1일 3.90%였던 국고채 3년물 금리는 8일 3.60%로 30bp(1bp=0.01%P) 급락했다.

국고채 5년물 금리도 4.05%에서 3.81%로 24bp 내렸고 장기물인 10년물과 20년물 국고채 금리도 각각 18bp와 21bp 떨어졌다.

제2의 글로벌 금융위기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유례없는 강세 흐름을 보인 것이다.

전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산하고 있음에도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채권 매수에 나선 결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와는 크게 다른 현상이다.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채권 매수를 한국의 펀더멘털에 대한 '베팅'으로 보고 있다.

외화유동성 위기를 겪었던 2008년 상황과 비교해 현재 한국 경제가 외국인에게는 안정적으로 볼만한 요소가 많다는 판단에 따른 투자다.

한국 경제를 보면 우선 경상수지에서 큰 차이가 난다.

2008년 당시 경상수지는 31억달러(1∼8월) 적자를 보였으나 2009년에는 328억달러 흑자를 기록했고 작년에는 282억달러 흑자를 지속했다.

정부는 올해에 약 160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상수지 흑자로 외화보유액 규모도 커졌다. 안전판이 더욱 단단해진 셈이다.

2008년 8월 2천432억달러였던 외화보유액은 지난달 말 3천110억원으로 28%가량 늘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외부 충격에 강하게 흔들릴 수밖에 없었던 외채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2008년 9월 말 51.9%에 달했던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올해 3월 말 현재 38.4%로 떨어졌다.

동부증권 문홍철 연구원은 10일 "정부가 단기외채 비중을 낮추도록 지도하고 외화유동성이나 거시안정성 정책을 안정적으로 시행한 영향으로 외국인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변했다. 2008년 위기 때와는 다르게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정부와 금융당국이 자본 유출입을 철저하게 감시한 점도 외국인의 시각을 바꾼 요인이다. 대외 충격이 몰려오더라도 정부가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믿음을 외국 투자자들이 갖기 시작했다.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의 중앙은행들이 한국 채권을 대거 매수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조처다.

2008년에 국내 채권을 보유한 투자자 가운데 외국 중앙은행은 8%에 불과했으나 지난달 말에는 27.5%로 급증했다.

◇ 원ㆍ달러 환율이 변수…당분간 낙관론 우세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미국발 충격이 단기간에 끝날 사안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당장 외국인의 한국 채권 매수를 중단하거나 자금을 철수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미국 국채에 대한 선호가 줄어질 텐데 이탈된 자금이 갈 수 있는 투자처가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유럽으로 옮겨갔지만, 유럽 국채도 변변한 투자대상이 될 수 없어 아시아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화증권 최석원 리서치센터장은 "자금의 `탈 서구화'가 진행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유럽이나 미국에서 아시아로 이동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한국 채권 매수는 계속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아시아 통화가 최근 절상 추세를 보인 점도 외국인을 흡인한 요인이다. 통화 절상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특히 한국 채권은 선진시장보다 여전히 금리가 높은 상황에서 강세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여 자본이득에 대한 기대치도 높다.

외국인의 보유 채권 만기구조가 이전과 크게 달라진 점도 급격한 이탈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 잔존 만기 1년 이내의 채권을 대거 팔았다.

당시 잔존 만기 1년 이내의 국고채 보유 비중은 36.5%에 달했다. 그러나 지금은 24.7%로 줄었다.

남은 문제는 환율이다. 외국인이 올들어 채권을 매수한 원ㆍ달러 환율은 대략 1천100원대인 것으로 추정된다.

문홍철 연구원은 "환율이 10% 이상 오르면 손절매물이 나올 수 있다. 단기물 위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원ㆍ달러 환율이 1천200원 이상으로 오를 경우 외국인이 단기물 청산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나대투증권 김상훈 연구원은 "외국인이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는 경우는 원화가 약세로 돌아서든지 선진시장의 상황이 나아져 자금이 환류될 때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