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내년 과학벨트 관련 예산도 당초 부처 요구액의 절반 수준으로 크게 깎이면서, 전반적으로 과학벨트 추진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3~6개월 정도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과학벨트의 원래 취지대로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와 대형실험장비를 갖추는 데는 상당한 시간과 충분한 검토가 필요함에도, 당초 일정을 너무 무리하게 잡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과위, 기초과학연 연구단 본격 출범 시점 ‘내년 하반기’로 늦춰=교육과학기술부가 지난달 발표한 ‘과학벨트 조성 추진 일정’에 따르면, 당초 기초과학연구원의 경우 원장 선임과 함께 2011년 하반기에 문을 열고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산하 연구단 선정 작업에 들어가 1년 동안 25개를 출범시킬 예정이었다.
아울러 교과부는 이같은 일정을 근거로 총 3천200억원의 예산을 국가과학기술위원회(이하 국과위)에 요청했다. 25개 연구단을 내년 한 해 동안 운영하는데 필요한 비용을 추산한 결과다.
그러나 국과위는 지난 2일 확정한 ‘2012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에서 절반인 1천600억원만 인정했다. 이는 교과부 측 일정과 달리, 25개 연구단이 내년 하반기에나 본격 활동에 들어가는 경우를 가정하고 6개월 운영비만 산정한 것이다.
김도연 국과위원장은 이와 관련, “교과부가 요구한 예산은 내년 1월 1일 25개 연구단이 동시에 출범해 1년 동안 운영하는 데 필요한 것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좋은 분들을 모셔 25개 연구단을 순차적으로 설치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한 상황”이라며 실제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늦어질 가능성을 암시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내년 중 25개 연구단 선정 계획에는 변함이 없으나, 연구단 출범 시점에 대한 시각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우리는 늦어도 내년 2분기께 상당수 연구단이 출범하는 것을 가정하고 앞으로 기획재정부 등과의 추가 협의 과정에서 6개월이 아닌 9개월 운영비라도 요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이온가속기 시제품 제작 2013년부터..국제자문단 일정도 못 잡아=국과위의 예산 배분대로라면, 과학벨트의 또 다른 한 축인 한국형 중이온가속기(KoRIA) 관련 일정도 늦춰지는 셈이다.
교과부는 내년도 중이온가속기 관련 예산으로 상세 기술설계와 시제품 제작에 필요한 460억원을 요청했으나, 국과위가 배정한 금액은 290억원 뿐이었다.
이는 상세 기술설계 관련 비용만 반영된 것으로, 결국 국과위가 당초 일정과 달리 내년에는 중이온가속기의 상세 기술설계만 진행되고, 시제품 제작은 2013년께나 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서는 교과부도 뚜렷하게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사실상 중이온가속기 관련 사업은 올해 2월께 개념설계가 끝난 뒤 6개월 가까이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황이다.
지난달 교과부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국제 자문위원회(자문단)로부터 이달말까지 기술·재정 등 중이온가속기 전반에 대한 검토를 받을 예정이었으나, 지금까지 7명의 자문위원은 아직 회의 등 향후 일정조차 잡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린 에반스 박사와 함께 국제 자문위원회의 공동 회장을 맡고 있는 미국 페르미 연구소의 김영기 박사는 “당초 8월 중 1주일 정도 7명의 자문위원들이 모두 한국에 모여 작업한 뒤 최종 보고서까지 작성할 생각이었으나, 서로 시간을 맞추기가 어려워 다음달에나 전원 회의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일정 지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중이온가속기 개념설계에 참여했던 한 교수는 “일정이 더 늦춰지면 상세설계만 문제가 아니라, 개념설계부터 다시 해야할지도 모른다”며 “중국과 미국 등에서도 비슷한 용도의 중이온가속기를 짓고 있는데, 우리 작업이 늦어지는 동안 그쪽이 앞선 사양을 채택할 경우 우리도 다시 그 수준에 맞춰 고쳐야 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과부 관계자는 “국제자문단 일정이 좀 지연되더라도, 연말께 기초과학연구원 개원과 함께 중이온가속기 사업단을 출범시키는 데는 큰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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