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환 경제부 차장 |
얼마전 수도권에 내린 집중호우로 가족과 재산을 잃고 망연자실했던 국민들은 마땅히 기댈 언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피해복구가 채 마무리되지 못한 시점에 이번에는 남부지방에 또다시 엄청난 폭우로 섬진강유역이 범람위기에 직면해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런 판국에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국민들에게 위로가 되기는 커녕 부담만 되고 있다. '무상급식'이니 '무상복지'니 하면서 자신의 인기몰이에만 전념하고 있는 그들의 모습에서 미래 비전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오는 28일 실시되는 서울시의 '무상급식' 투표는 그 취지가 바랜지 오래다.
정부는 이번 미국발 사태로 야기되고 있는 국내 금융시장 충격에 과연 무엇을 대비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불과 1주일전만 하더라도 매일 사상치를 갈아치우던 국내 주식시장이 언제나 제자리로 돌아올 지 가늠하기 힘들어졌다. 정책당국자들의 안이한 인식이 금융시장의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얼마전에는 최고의 엘리트 집단으로 자부해 온 정부 부처 공무원들이 산하기관 사람들을 불러다놓고 '연찬회'니 '유흥접대'니 입에 담기도 어려운 추태를 벌이다 적발됐다. 아직까지 우리 공무원들이 정신차리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도 할말이 없게 됐다.
기업들의 행보도 예의주시할 것이다. 엄청난 유보금을 쌓아놓고도 투자에는 선뜻 나서지 않았던 기업들은 이번에야 말로 애국심을 발휘해 나서줘야 한다. 일자리를 잡지 못하고 떠돌고 있는 우리네 미래세대들에게 그들의 끼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줘야 한다.
미국발 악재로 국제원유가가 급전직하 하고 있지만 이상하리만치 국내 석유가격은 요지부동이다. 국제석유시장과 동반해 움직이는 국내 석유가격이 이번에 떨어지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오로지 정부와 정유업체의 몫이다. 장밋빛 전망을 낳게 했던 경제성장률 목표달성이 어려워져 그 피해가 고스란히 서민들의 몫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희망은 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 국민들은 국난에 직면해서는 서로 합심해 위기를 스스로 극복해 온 저력을 가지고 있는 민족이다. 두번의 외환위기 경험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금모으기' '잡쉐어링' '자원봉사자의 헌신적 피해복구' 이루 말할 수 없는 국민적 합의가 이번에도 발휘될 것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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