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한국의 수출시장 다변화 정책이 미국발 경기부진 소식으로 그 속도를 더해갈 것으로 전망된다.
10일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전 세계 금융시장이 미국발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그 여파가 무역·투자 등 실물부문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경부는 지난 8일부터 한진현 무역투자실장 주재로 '무역·투자점검반'을 운영하고 수출에 미칠 악영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정부는 다만 2008년 금융위기 당시 1분기 이후에 수출시장에 영향을 줬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대책을 가다듬고 있다.
이에 따라 빠르면 이번주 말이나 늦어도 내주초에는 모니터링 결과를 토대로 수출시장 대응책을 모색해 결과를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 수출시장 다변화 '가속화'
금융부문에서 시작된 이번 사태가 실물부문으로 파급되는 것은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무역으로 먹고 사는 한국으로서는 수출길이 줄어들 경우 경제성장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미국과 유럽, 일본 등 대 선진국 수출이 40%를 차지했지만 지난해에만 30% 안팎으로 대폭 축소되는 등 비중이 크게 줄었다.
2002년까지 부동의 1위를 지켰던 대미수출액도 2003년부터는 중국에 역전돼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미국 국채 보유량 1위를 차지하는 중국이 이번 사태로 긴축정책의 고삐를 쥐게 될 경우 수출감소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재정적자로 신음하고 있는 대 EU 수출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다. 2003년 12.8%에서 작년에는 11.5%로 수출비중이 줄었다. 그나마 2007년부터 EU회원국이 27개국가로 늘어났지만, 비중은 오히려 감소한 것.
반면 아세안과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국 수출비중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아세안으로의 수출액은 345억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대비 무려 35.9%나 늘었다. 자원부국으로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중남미 시장에도 195억 달러를 수출해 11%의 높은 증가률이 이어지고 있다.
◆ 환율하락·수출↓ 악순환…이번주말 대책 논의
정부는 지난 8일부터 무역 및 투자점검반을 운영하고 수출시장을 모니터링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별다른 피해상황이 보고되지 않고 있다.
다만 미국의 경기부진이 최소 2년간은 지속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 수출비중이 줄었다고는 하나, 중국 등 다른 국가를 통한 우회물량을 고려한다면 여전히 큰 상황이어서 수출물량 감소는 피할 수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한국의 대중 수출물량중 약 30%가 내수, 70%는 재가공을 통한 제3국 수출량으로 파악되고 있다.
중국의 대미 수출비중이 20%인 점을 감안한다면 약 14%(20%×0.7) 가량이 중국을 통한 우회수출물량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로 달러 살포에 나서면 환율하락으로 추가피해도 우려된다. 중장기적으로 원화가치를 높여 미국 시장에서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게 되기 때문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T)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할 때 수출은 0.2% 줄어들고, 수입은 4.1% 늘어난다.
7월1일부터 한·EU FTA(자유무역협정)가 발효하면서 EU와의 교역도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어 이번 사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경계를 늦추지 않을 태세다.
지경부 관계자는 "지금까지 수출이 상당히 좋아 현재로서는 올해 무역 1조 달러 달성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연말쯤에는 수출시장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수출 정책은 중국을 비롯해 아세안, 중남미, 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으로 넓힌 다는 게 기본정책"이라면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수출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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