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선 절실한 친환경 인증제-중> 르포…LEED 인증 빌딩 가보니…"큰 차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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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1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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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녹지 공간 부족해 오히려 답답해"

서울 중구 수하동의 센터원 빌딩. 국내 친환경 건축물 인정과 미국의 리드(LEED) 인증을 모두 획득했다.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새로 지은 건물이라 좋기는 한데, 특별히 친환경 건축물이라고 느껴지지는 않네요. 다른 빌딩과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아요."

최근 신축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미국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인 리드(LEED) 취득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사업주가 외국계 기업인 경우에는 리드 취득이 필수 조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리드는 미국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 제도로 국내 실정에 맞지 않고, 세제 혜택 등의 인센티브도 없다. 반면 리드 인증을 위해서는 미국 기준에 맞는 친환경 설비를 설치하고, 인증 수수료로 미국그린빌딩협회에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해야 해 외화 낭비라는 비판도 커지고 있다.

◆ 친환경과 거리 먼 친환경 빌딩?

10일 국내의 대표적인 리드 인증 빌딩들을 둘러보며 만난 사람들도 대부분 “특별히 친환경적인 건축물이라고 느낄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입을 모았다. 새로 지어진 건물이라 깨끗하고 생활하기는 편리하지만 리드 인증을 받았다고 해서 기존 건축물과 큰 차이가 있지는 않은 셈이다.

특히 리드 인증만 받고 국내 친환경 건축물 인증은 없는 건축물은 오히려 친환경과는 거리가 멀다. 콘크리트로 가득찬 복잡한 도심에 건물만 덩그러니 놓여 있고, 사람들이 쉴 수 있는 녹지 공간은 거의 마련해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중구 회현동에 들어선 한 오피스 빌딩은 리드 등급 중 세 번째로 높은 ‘실버(SILVER)’를 받았다. 하지만 국내 친환경 건축물 인증은 취득하지 못했다. 가장 큰 이유는 사업성 때문이었다.

국내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건폐율이나 용적률을 낮추고, 대신 녹지나 생태 공간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연면적 감소로 이어져 사업성이 떨어지게 된다. 반면 리드 인증은 건축비가 증가하고 인증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지만, 향후 건물 임대나 매각 시에 이 비용을 포함시킬 수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리드 인증을 받는 건물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는 리드가 건물 자체 만을 평가하고, 녹지 확보 등은 평가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기 때문"이라며 "반면 국내 친환경 인증은 녹지나 조경에도 비중을 많이 두는 만큼, 사업주 입장에서는 리드만 취득해 홍보하는 것이 사업성을 높이는 데 훨씬 유리하다"고 말했다.

리드가 미국 내 건축물을 위한 제도로 국내 건축물에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임에도, 이를 감추고 단지 선진국에서 시행하는 것이니 만큼 국내 인증제도보다 좋다는 식으로 선전하는 경우도 많다. 또 리드 인증은 홍보나 마케팅으로 이용하고 국내 친환경 건축물 인증은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받기 위해 사용하는 사례도 최근 늘어나고 있다.

◆ 한·미 양국 인증 위해 비용 과다 지출

내년 말 준공 예정인 서울 여의도 파크원 빌딩은 리드 골드 등급 예비 인증을 받았다. 이를 위해 시공 단계에서부터 건설폐기물을 재활용해 건축자재로 사용하고, 폐수·폐열활용 시스템, 태양광패널, 빙축열시스템 등을 설치했다. 대신 건축비는 일반 건축물보다 3~5% 정도 늘어날 전망이다.

파크원 빌딩은 리드와 동시에 국내 친환경 건축물 인증도 받을 계획이다. 서울 중구 수하동의 센터원 빌딩도 리드 등급과 동시에 국내 친환경 건축물 인증을 획득했다.

이처럼 두개의 인증을 동시에 받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인증을 받아야 세제 완화 등의 인센티브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미국 제도인 리드는 국내 건축물에는 실질적으로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미국 내에서만 등급별로 최대 1만5000~3만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받을 수 있다.

파크원 시공을 맡은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주들이 리드 인증을 취득하는 이유는 건물 임대나 판매 시 유리하기 때문"이라며 "국내 친환경 건축물 제도는 인지도가 낮아 홍보용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사업주는 건폐율을 낮추고, 녹지 공간을 많이 확보해야 하는 국내 친환경 인증 대신 미국의 리드 만 받으려 하는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리드 대신 국내 친환경 건축물 인증 만으로도 훌륭한 에너지 절감 효과를 보이고 있는 건축물도 많다.

서울 중구 충무로에 위치한 서울중앙우체국은 지난 2007년 7월 친환경 건축물 인증을 획득했다. 공사 단계에서도 현장 내 폐기물과 오염 물질 배출을 최소화했으며, 빗물 재활용과 열병합발전 시스템 등을 설치했다.

2007년 11월 친환경 건축물로 인증된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누리꿈스퀘어도 태양광·태양열 등 대체에너지 시설을 설치하고, 빗물을 활용한 조경 시설을 설치해 여름철 주변 지역의 온도까지 낮추는 효과를 보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건물에너지연구센터의 태춘섭 박사는 "국내 친환경 건축물 제도에도 보완할 부분이 분명히 있지만, 미국의 리드보다 부족하지는 않다"며 "무분별하게 외국 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 국내 제도를 개발, 발전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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