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통화가치 '뚝'…대규모 자금이탈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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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1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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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질 헤알화·러시아 루블화 등 급락<br/>글로벌 위기에 "기준금리 인상 끝났다"

(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세계 경제가 다시 위기모드로 돌아서면서 브라질 헤알화와 러시아 루블화 등 신흥국 통화 가치의 변동성이 극대화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달 들어 중국 위안화와 체코의 코루나화를 제외한 25개 신흥국 통화는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최근 달러화에 대해 12년래 최고 수준에서 거래됐던 헤알화 가치는 전날 2.46% 떨어졌고, 루블화는 이날 유로ㆍ달러 복수통화 바스켓에 대해 2.5% 폭락했다. 멕시코 페소화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랜드화 가치도 달러화에 대해 각각 3.5%, 5.4% 추락했다.

승승장구했던 신흥국 통화가 약세로 급전환하면서 환율 변동성도 크게 확대됐다. 이를 반영하는 JP모건이머징마켓변동성지수는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2008년 이후 최저치인 8.5%를 기록했지만, 이날 13.1%로 치솟았다. 주요 7개국(G7) 통화와의 변동성지수 차이도 한 달 전 2.7%포인트에서 이날 1.1%포인트로 좁혀졌다.

블룸버그는 유럽과 미국의 재정위기와 상품가격 하락 등이 경제 성장률과 인플레이션, 기준금리 등에 대한 전망을 뒤바꿔 놓으면서 신흥국 통화 가치도 방향을 틀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통화는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 약세 여파로 강세를 지속하며 수출 경쟁력 약화 우려를 낳았고, 이는 자국 통화 약세 경쟁인 글로벌 환율전쟁으로 이어졌다.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 정부들이 부양기조를 접고, 긴축에 돌입한 것도 통화 강세의 요인이 됐다.

하지만 세계 경제가 다시 위기에 처하자 시장에서는 신흥국들이 긴축의 고삐를 늦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정점을 찍은게 아니냐는 분석은 신흥국의 기준금리 인상 행렬이 끝났다는 관측으로 이어지면서 통화 가치를 추락시키고 있다.

블룸버그는 브라질 금리선물시장에서 브라질 중앙은행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은 올 들어 다섯 차례의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세계 최고 수준인 12.5%로 끌어올렸다.

러시아의 3개월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도 2010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며, 인도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앞서 터키 중앙은행은 지나 4일 세계 경제 전망이 악화되고 있다며 기준금리인 1주일짜리 레포금리(재할인금리)를 6.25%에서 5.75%로 낮췄다. 터키의 기준금리 인하는 6개월 만이다.

시장에서는 신흥국 통화의 약세 기조가 더 강화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해외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큰 신흥국 통화는 세계 경제 침체가 가속화되면 가치 하락이 불가피하다. 이는 해외 자금의 대거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 JP모건은 헤알화 가치가 올해 달러화에 대해 16.1%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티머시 애시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신흥시장 투자전략가는 "신흥국 경제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해외 자금 유입이나 유출에 따른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에릭 파인 반에크어소시에이츠코프 포트폴리오매니저도 "신흥국 통화는 글로벌 수요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커 세계 경제 침체는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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