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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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10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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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고개를 숙이면 부딪히는 법이 없습니다.”
 
 지난 2일 차동민(53) 전 서울고검장이 25년 검사 생활을 마감하는 퇴임식에서 조선 초기 명재상 맹사성과 무명선사의 일화를 소개하며 한 이야기다.
 
 맹사성이 소년등과로 우쭐한 마음에 무명선사를 찾아왔다.무명선사가 잔이 넘치도록 찻물을 따랐다. 맹사성이 이를 지적했다. 무명선사가“찻물이 넘치면 방바닥을 망치는 것은 알면서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어찌 모르십니까”라고 맞받아쳤다.
 
 이에 맹사성이 당황해 급히 나가려다 문에 머리를 부딪히자 이같이 말했다고 했다.
 
 차 고검장과 동기인 박용석(56)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은 9일 28년간의 검사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국민검찰’이라는 말을 남기고 일선을 떠났다.
 
 박 차장은 “검찰 신뢰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이젠 검찰의 존립마저 위협하고 있다”며 “내가 지금 행사하는 검찰권이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것임을 매 순간 순간 잊지말라”고 당부했다.
 
 특히 차 고검장이 언급한 일화는 검찰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민의 요구는 검찰이 국민앞에 겸손해지길 당부한 것이다. 현재 검찰은 경찰에게 수사권 조정 합의안을 내주는 등 위기에 직면해 있다.
 
 검찰은 비난이 있을때마다 그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스스로 개혁조치를 추진했지만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했다.
 
 때문에 국민적 지지를 이끌어 내기 위해 검찰은 스스로 의식을 변화해야 한다. 그동안 비판 받아온 수사· 인사 관행을 최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내년 총선·대선에서의 수사·기소권 행사가 검찰권 평가기준이 될 것이다. 이번 기회에 검찰은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하는 전통을 세워 국민에게 ‘건강하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
 
 권재진 법무장관ㆍ한상대 검찰총장 내정자의 임명 절차가 끝나면 검찰 조직 개편도 단행될 것이다. 새 조직에 겸손과 따뜻함을 잃지 않되 엄격하고 추상같은 검찰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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