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충정로칼럼>기름값 안정 위해 유류세 인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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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11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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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식 민생경제정책연구소 소비자운동본부장)

8월 첫 주에도 기름값은 매일 오르고 있다. 주유소에서 판매하는 서울지역의 보통 휘발유 가격은 ℓ당 2000원을 돌파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기름의 공급보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기름값은 시장원리에 의해 지속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은 비싼 기름값으로 고통받고, 자동차를 운행하면서 생계를 꾸리는 사람들의 고통은 더욱 커지고 있다.

국제 휘발유가격은 8월 1일에 배럴당 126.61 달러에서 8월 9일에는 115.02 달러로 무려 9%가 인하됐다. 그렇지만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은 소폭이지만 인상되고 있다. 지난 주말에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하락시킨 이후에 주가는 급락하고, 전 세계 경제는 더욱 어려워지며 기름값은 어느 정도 하락할 것이다. 그러나 기름값 인하는 세계 경제가 어려운 시기의 일시적인 현상일 뿐, 경제가 안정되면 다시 오를 것이다.

중국이나 인도처럼 인구가 많은 국가의 경제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기름 소비가 급증, 기름값도 오르고 있다. 이는 구조적인 문제로서 대체 에너지가 나타나기 전에는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체 에너지 개발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것은 별로 없다. 새로운 대체 에너지를 우리가 쉽게 사용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지속적인 기름값 상승이 예상된다면,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기름값을 안정시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 정부는 이러한 노력을 별로 하지 않고 있다. 연초에 대통령이 "기름값이 참 묘하다"라는 말을 한 이후에도 기름값의 구조를 파악해 기름값을 인하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지적이 있은 이후에 정부는 휘발유값의 구조를 규명하기 위한 노력도 했다. 한시적으로는 3개월 동안 기름값 100원 인하가 있었고, 지난달에는 대안주유소를 운영해 기름값을 인하하도록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대안주유소도 이를 추진하는 지식경제부와 반대하는 기획재정부 간의 견해차가 부각되고 있는 것을 보면 큰 기대는 어려울 듯하다.

휘발유값을 살펴보면 세금이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 고유가 시대가 되면서 휘발유값에서 세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줄고 있지만, 금년 들어서도 기름에 부과되는 세수는 증가하고 있다. 국민의 부담은 그만큼 늘어나고, 고물가 시대에 서민 생활은 더욱 어려워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세금을 낮출 생각은 하지 않는다.

휘발유에 높은 세금을 부과한 것은 우리나라가 잘 살지 못할 때 기름 소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오늘날 자동차를 사치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자동차는 생활필수품이다. 휘발유에 부과되는 유류세는 자동차가 사치품으로 분류되던 시절에 만들어진 제도지만, 정부는 세금을 거둬들이기 쉽기 때문에 유류세를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

휘발유와 관련된 정부정책도 문제가 있다. 국민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는 자세는 곤란하다. 유류세에도 30%의 탄력세율을 적용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정부는 시행령을 개정해서 유류세를 인하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시행령을 개정하려고 하지 않는다면 국회라도 나서 유류세와 관련된 법을 개정해 기름값을 안정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 모두 유류세를 인하해 휘발유값을 안정시키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다.

이제라도 정부는 유류세를 인하해 서민의 고통을 줄여야 한다. 행정편의주의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국민의 편익을 증진시키기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 유류세를 인하해 세수가 준다면 불요불급한 세출을 줄이고, 새로운 세원을 개발해야 한다. 막대한 지하경제에도 세금을 부과하고, 외국과 같이 담배세나 주세를 인상하는 방법도 검토해야 한다. 국민의 부담을 줄이고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정책의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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