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딜레마 자초한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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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11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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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이번 기준금리 결정은 예상대로였다.

11일 발표가 나자 기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기사를 쏟아내기 시작했고, 코스피 지수 역시 무덤덤했다.

당초 기준금리는 이달 인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소비자 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9월에는 추석이 있어 인상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근거였다.

그러나 지난주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으로 증시가 폭락장을 이어가며 세계경제가 휘청이자 '금리동결’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었다.

문제는 대외 불안으로 향후 금리 인상이 어려워져 물가 관리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점이다.

김중수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기준금리 정상화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상황에서 점진적인 인상을 통한 금리 정상화가 쉽지 않아 보인다.

또다시 실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이미 한은의 선제적인 금리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4월과 5월은 소비자물가가 고점을 찍던 시기. 이에 시장은 금리 인상을 예상했지만 한은은 이 같은 기대를 저버리고 동결을 택했다.

6월에 한은이 금리 인상 카드를 빼들자 시장에서는 뒤늦은 인상 카드에 당황하기도 했다.

연이은 실기로 시장 기대와 엇박자 행보를 보였던 한은은, 이제 금리를 올려 물가를 잡아야 하는 상황이 됐는데도 시장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을 맞았다.

한은 본관 로비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벽에 걸린 대형 붓글씨 액자다. 이 액자에는 '물가안정'이라고 써 있다.

한국은행법 제1조는 바로 물가안정을 언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목표에 제대로 부응하고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 한은은 할 말이 없을듯하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라는 대형 악재를 만나면서 한은은 스스로 딜레마를 자초했다는 비판을 면키 어렵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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