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재정위기 우려의 여파로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등 대외 불확실성이 극도로 높아진 탓이다.
이 같은 불안이 당분간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어서 전문가들은 연내 금리를 추가로 인상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에 금리정책 방향 틀어
한은은 11일 국내 경제 전망에 대해 “미국 등 주요국의 경기회복세 약화, 유럽 국가채무문제 확산 조짐 등으로 성장의 하방리스크가 증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서는 당초 한은이 물가를 잡기 위해 이달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강등하면서부터 세계 경제가 혼란을 겪자 금리는 ‘동결’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또한 그리스와 이탈리아에 이어 프랑스까지 재정위기가 우려되는 등 유럽 국가들의 채무문제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 여파로 지난 8일(현지시각)에는 미국의 다우지수가 1만1000선이 무너지고 유럽 및 아시아 증시도 폭락하는 등 ‘블랙먼데이’를 연출했다.
코스피 지수도 1700선이 무너지며 이틀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되고 코스닥 시장에서도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국내 증시도 혼란의 연속이었다.
결국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경기 둔화를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동결’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것이다.
이와 함께 경기 둔화 우려에 따른 석유 등 국제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하반기 물가 불안 요소가 다소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동결 요인으로 작용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 등으로 이달 들어 빠르게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중질유(WTI)는 지난달말 배럴당 95.70달러에서 9일 79.30달러로 17.1% 하락했으며 브렌트유도 116.81달러에서 116.81달러로 10.9%, 두바이유는 111.09달러에서 100.89달러로 9.2% 떨어졌다.
기타 원자재가격(로이터상품가격지수 기준)도 7월말 0.6%로 소폭 상승했다가 이달 들어 대폭 하락해 하락율이 6.6%에 이르고 있다.
◆ 연내 금리인상 어려울듯…유럽이 변수
한은이 이번 기준금리를 동결하자 시장에서는 한은의 금리 정상화 기조가 당분간은 이어지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김중수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베이비스텝(점진적 인상)을 통한 금리 정상화 방향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시장의 패닉 상태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데다 만약 현 상황이 실물경제에 타격을 많이 입혔다는 경제지표들이 나올 경우 인상 시기는 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금리를 하반기에 최소 1~2차례 정도 더 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시장의 상황이 악화되면서 추가 인상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금리 결정은 금융시장 안정에 최우선 순위를 둔 올바른 선택이었다”고 평가하며 "상반기의 높은 물가 상승률에 대한 기저효과와 원자재 가격 하락 등으로 하반기 물가 불안이 완화되면 한은의 금리 정책은 ‘물가’보다 ‘경기’에 주안점을 둘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앞으로의 상황은 금융시장 변화에 따라 유동적일 수밖에 없어 단언하기 어렵다"며 "추가 인상과 현 수준 유지가 각각 절반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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