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미국의 경제 위기로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면서 한국 원화와 중국 위안화의 직접 거래가 활성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양국 은행들은 원화와 위안화를 기업의 무역금융 결제 통화로 사용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 놓은 상황이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국내 주요 은행의 중국 현지법인은 한·중 양국의 수출입 기업이 무역거래를 할 때 원화와 위안화로 직접 거래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무역결제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다.
기업은행과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이 서비스를 시행 중이며, 신한은행 등도 조만간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중국 현지 은행들도 원화와 위안화 직접 거래 활성화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공상은행과 중국은행, 교통은행 등 중국 내 대형 은행들은 중국 수출입 기업이 원화로 받아온 무역결제 자금을 위안화로 직접 환전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 기업이 대거 진출해 있는 산둥성과 장쑤성, 저장성 등의 지역에서 이 같은 서비스가 확대 일로에 있다.
원화와 위안화의 직접 거래가 늘고 있는 것은 미국 달러화의 변동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최근 수년간 이어진 미국 경기침체에 최근 신용등급 하락 등 악재가 겹치면서 약달러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무역결제 통화로 달러화를 이용해 왔던 한국과 중국의 수출입 기업은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헤지하기 위해 직접 거래를 선호하고 있다.
은행 입장에서는 기존에 거래하던 기업을 놓치지 않고 신규 기업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이 같은 수요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공상은행 관계자는 “산둥성의 경우 한국과의 무역거래 규모는 291억 달러 수준으로 중국과 한국 간의 무역거래 규모의 14%를 차지한다”며 “한국 기업과의 무역거래 편의성을 높이지 못하면 영업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가 야심차게 추진 중인 위안화 국제화 전략도 원화와 위안화 직접 거래 확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달러화의 기축통화 지위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무역거래 비중이 큰 한국과 위안화를 통한 무역결제 규모를 늘릴 경우 위안화 국제화가 한층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 중국 현지법인 관계자는 “미국 경제 불안에 중국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 원화와 위안화의 직접 거래 확대에 호재로 작용할 변수들이 많은 상황”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도 수익원 다변화와 고객기반 확충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기 때문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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