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우회로를 찾아보지만 이미 대부분 막혔고, 친이계 원내 인사들 조차 이들의 복귀를 불편해하고 있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권세를 누리던 왕의 남자들로선 그야말로 진퇴양난, '활로'가 필요한 시점이다.
◆ 박근혜, 움직이기 시작했다
생환을 노리는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곤란한 상황에 쳐했다. 내년 공천에서 가장 많은 지분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
박 전 대표는 지난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지명직 최고위원 인선에 대해 "한나라당은 전국정당을 지향하는 공당이기 때문에 그 정신에 맞게 지명직 최고위원을 결정해야 한다"며 호남권 인사를 배제한 홍준표 대표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시기적으로 당직인선을 둘러싼 당내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그가 침묵을 깬 것은, 공천과 관련이 있는 당직인선에 개입해 자기 식구를 챙기겠다는 의도다.
또 당내 가장 유력한 대선 주자로서 당 지도부를 압박하는 한편, 중장기적으로 대권을 향한 몸 풀기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해석된다.
상황이 이렇자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이동관·박영준·박형준·이방호 등 이 대통령 측근 인사들은 상황이 난처해졌다.
당내 친이계의 위세가 점차 위축되는 상황서 친박계의 몸집 불리기가 탄력을 받고 있고, 당 지도부도 친박계를 옹호하고 있어서다. 이와 함께 지난 18대 총선에서 '공천학살'을 경험한 박 전 대표가 친이계에 우호적인 자세를 보이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현재 홍 대표는 대선 승리를 위해 박 전 대표와의 호흡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며 "국민들도 이 대통령보단 박 전 대표 라인의 인사를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 공천을 둘러싼 당내 갈등도 결국 친박에 무게가 실리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실제로 한나라당이 새로 선출한 시·도당위원장에 친박계 의원들이 위원장으로 대거 선출되며 주류로 떠올랐다.
전국 13개 시·도당 위원장 중 친박계 인사는 이종구(서울)·주성영(대구)·최경환(경북)·유기준(부산)·윤상현(인천)·강창희(대전)·경대수(충북)·김호연(충남) 의원 등 총 8명.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이 출마하려는 지역구 위원장에 대부분 친박계 의원들이 선출됐다.
◆ 왕의 남자들의 귀환? 친이계 의원들도 불편
약육강식의 원리로 돌아가는 정치. 정치권에는 영원한 아군도, 적군도 없는 법이다.
이 대통령 측근 인사들의 출마 가능성은 원내 친이계 의원들에겐 달갑지 않다. 당내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어 이 대통령 측근 인사까지 끼워 줄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한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시·도당 위원장 선거에서 친박 이종구 의원이 친이 전여옥 의원을 누른 것은 박근혜 대세론이 친이의 조직력을 넘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는 앞으로 친이 세력의 위축과 이탈을 예상케 하며, 친이 내부에서도 파이를 나누기 위한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고 친이계의 힘을 키우기 위해선 좌장격인 이재오 특임장관의 역할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 장관은 당 복귀와 함께 당 수뇌부와 친박그룹과 교섭을 통해 지분 확보에 열을 올리는 한편 조직 재정비에 공을 들일 전망이다.
하지만 이 장관과 총선 사령탑을 맡은 정두언 여의도연구소장의 갈등관계 해소가 전제돼야 외연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 친이 측근들로서는 '산 넘어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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