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변수 취약한 韓증시 해법’…전문가 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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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12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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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12일 국내 외환보유고가 늘어났지만 유동성 위기에 대응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며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한국의 금융시장 개방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므로 외국인 자금이 빠른 속도로 빠져나가면 충격이 불가피하다고 평가했다.

이를 해결하려면 외환보유고의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단기 외채를 항상 적정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거금 제도와 토빈세 도입 등도 해결책 중 하나로 제시됐다.

◇솔로몬투자증권 이종우 센터장 선진국 등 다른 나라들은 주가가 7월 초부터 떨어졌는데, 코스피는 주가가 폭락하기 직전까지도 2,150 수준이었다. 사상 최고치 대비 차이가 얼마 안 된다. 뒤늦게 다른 나라가 떨어진 것만큼 내려가야 하니까 속도가 빠른 것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보다 유동성이 풍부하고 확실한 주도주가 있어 반응이 상당히 늦게 왔다. 한국 시장은 외국인 보유 비중이 무척 높다. 외국인의 밀어내기가 거세게 진행돼 하락폭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한국의 투자문화 자체가 쏠림 현상이 굉장히 심하다. 투자자들 성향이 그렇다. 쏠림 현상이 심한 것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이것을 해결할 방법은 없다. 외국인 비중이 높다고 투자를 제한할 수 없다. 대만 주식시장이 우리보다 한 시간 늦게 열려서 빨리 끝나는 것도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서다. 한국 시장에서 변동성을 줄이면 (투자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과거에는 더 심했는데 시장이 성숙하면서 그나마 개선됐다. 미국 시장은 경제성장률이 떨어지면서 주가가 1년간 7~8% 가량 움직이는 정도다. 한국도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 성숙한 단계에 들어설 것이다.

◇KB투자증권 김수영 애널리스트 국내 주식시장은 점진적으로 반등할 것으로 보는데, 불확실성이 지속하므로 2,000선을 훌쩍 넘을 정도로 강하게 올라가지는 못할 것 같다. 최근 시장에 들어온 자금들은 지수가 어느 정도 오르면 차익 실현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는 유동성이 풍부하다. 외국인들이 팔고 나갈 때 사줄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게다가 연간 수익률도 좋다. 작년부터 올해까지 세계 증시 중에 가장 좋은 편이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금융시장 분위기가 악화하면 외국인들이 차익실현을 한꺼번에 하게 된다. 선물시장이 너무 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웩더독’이 생기기도 한다.

외국인들한테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시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단기간 해결
책이 없다는 뜻이다. 토빈세가 좋을지는 의문이다. 이는 금융정책 방향을 확 바꾸는 것이다. 장기적 경향을 봤을 때 쉽지 않다. 브라질이 금융위기 이후 적극적으로 도입했지만 효과가 크지 않았다. 대세를 바꿔놓기 어려웠다.

◇현대경제연구원 임희정 연구위원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여건)이 건전함에도 대외 요인에 유독 취약해 최근 증시에서 급등락이 나타났다. 한국 금융시장이 지금 수준으로 개방된 것은 펀더멘털이 좋을 때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외국인 자금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한국은 다른 아시아 증시와 비교해봐도 외국인 비중이 높다. 이들이 빠른 속도로 이탈할 때 충격이 올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 충격을 막고자 외국인 자금을 통제할 방안에 관한 논의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투기자금까지 자유롭게 놔둘 필요가 있느냐는 문제 제기가 자연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이런 방안은 국제 공조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 그래야 역효과를 최소화한다. G20 등에서 선진국과 신흥국이 수용할만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예를 들어 외국인 자금이 급속히 빠져나갈 경우를 대비해 증거금 제도를 도입하는 등 이탈 속도를 늦추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토빈세도 논의해볼 만하다. 브라질은 독자적으로 토빈세를 도입했지만, 역효과가 별로 없었다. 그러나 한국과 브라질은 규모나 펀더멘털 등이 달라 단순 비교할 수 없다. 브라질은 워낙 강한 성장세를 지속해 자금 유입이 꺾이는 부작용이 나타날 여지가 적었다. 한국이 훨씬 개방도가 높고, 보다 선진국에 가까우며 펀더멘털 측면에서 투자 매력이 높다.

◇한국개발연구원 정대희 연구원 국내 금융시장이 더 취약한 것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 비중이 높고 금융시장도 많이 개방됐기 때문이다.

외환위기가 실제로 발생한다면 현재 외환보유고로 버틸 수 없다. 우리나라가 외화를 직접 찍어내지 않는 한 궁극적으로는 어렵다. 외환위기란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자금을 한꺼번에 많이 유출해 나라 전체적으로 외화 지급 불능 사태가 일어나는 것이다. 현재 외환보유액이 늘었다고 해도 그런 위기 상황이 오면 버티기 어렵다.

외화 유동성을 확보하려면 차입 외화의 만기 구조를 장기로 바꾸는 것이 좋다. 최근 정책 방향도 외환건전성부담금을 단기 외채에 대해 더 많이 부과하고 있다. 또 금융권의 ‘커미티드라인’(일정액의 이자를 외국은행에 주는 대신 유사시 외화를 먼저 빌릴 수 있는 권리)을 확대해 위기 때도 유동성을 공급해야 한다.
외화 차입 대상 국가도 여러 지역에 분산할 필요가 있다. 특정 나라 경기가 침체하거나 금융위기가 발생하면 당장 유동성을 회수할 텐데, 한 나라에 집중돼 있으면 위험이 커진다. 토빈세는 여러 부작용이 많다고 해서 국제기구들도 논의하다가 많이 배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배상근 경제본부장 기본적으로 우리 금융시장이 자유로운 시스템이다. 상대적으로 규제가 없어 유출이 원활하다. 외국인으로서는 우리나라가 주식 부문에서 투명한 편이고 거래 대상으로 적정한 수준에 있다. 우리 경제의 대외의존도는 굉장히 높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 이전에 이미 주가가 내리면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가는 흐름이 있었다. 외국인으로서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단계였다. 개방화된 다른 나라도 이런 현상이 동시에 진행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투자자 처지에서도 외환 시장 규모가 굉장히 작고 환율 변동폭이 어느 정도 크기 때문에 투기적인 측면에서 생각해볼 만한 시장이다. 우리 외환시장 대부분이 달러화로 결제된다는 것도 취약한 부분이다.

외환보유고 포트폴리오나 금액 규모를 늘려야 하고, 금융권의 단기 위채를 적정 규모로 유지하기 위해 항상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내국인 주식 투자 비중을 높이고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을 외국 투자은행(IB) 등에 자주 알려야 한다.

토빈세는 우리가 해서 될 부분이 아니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나라가 너무 강하게 외환거래에 제약을 걸면 외국 자금 유출이 한꺼번에 이뤄질 수도 있다. 자본거래세를 매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고 실효성도 의심된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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