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세계 주요증시에서 한국의 코스피 하락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위기를 일으킨 미국보다 한국의 주가가 더 많이 내려가는 충격적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자본시장이 외국인들의 투기장으로 변질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증시 변동성 세계최고…신용지표도 ‘요동’세계 자본시장이 미국 더블딥 공포에 휩싸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 2일부터다. 미국 의회가 부채 한도 증액에 합의하자마자 이 나라의 경기둔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하면서 국내 증시도 급락했다.
12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코스피는 2~10일 7거래일간 14.85% 추락해 세계 주요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의 하락률을 나타냈다.
한국의 이 하락폭은 일본 닛케이225지수(-8.19%), 홍콩 항셍지수(-11.76%), 중국 상하이종합지수(-4.86%), 대만 가권지수(-9.88%) 등 아시아 주요증시보다 컸다.
악재의 근원지였던 미국 증시에서 다우존스종합지수의 하락률은 한국보다 낮은 9.66%에 머물렀다. 재정위기에 직격탄을 맞은 독일 DAX지수(-17.41%)만 코스피보다 낙폭이 조금 컸다.
한국의 신용지표도 다른 나라들보다 민감하게 움직였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6일 미국 신용등급을 전격 강등한 직후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은 아시아에서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8일 한국의 CDS 프리미엄은 전날보다 9bp 오른 126bp(베이시스 포인트·1bp=0.01%)를 기록했다. 중국이 103bp로 5bp, 말레이시아가 109bp로 6pb, 태국이 140bp로 7bp 각각 오른 것에 비해 상승률이 상당히 높았다.
CDS는 채권을 발행한 기업이나 국가가 부도를 내더라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도록 보장한 파생상품이다. 위험도가 높아질수록 프리미엄이 올라간다.
◇ 한국증시 왜 불안한가한국 자본시장은 거래대금이 비교적 많고 거래 회전율도 높아 외국인들이 현금을 빼가기 쉬운 구조다. 외국인은 2~10일 국내 증시에서 무려 4조5천억원을 팔았다.
노무라금융투자에 따르면 국내 증시의 외국인 투자비중은 6월 말 기준으로 31%에 달한다. 대만(32%)을 제외하면 싱가포르(24%), 태국(21%) 등 주요 아시아 국가들보다 비중이 높다.
따라서 돌발악재로 외국인 자금이 급격히 이탈하면 최악에는 외환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정대희 KDI 연구위원은 “외환보유고가 증가하기는 했지만, 외국인들이 대거 빠져나갈 때 버티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이 늘어났다고 하지만 경상수지보다는 외화차입이 많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다. 외채가 많아지면서 외환보유가 늘어난 것이므로 충격이 발생하면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번 급락장에선 그동안 누적된 주도주(株) 쏠림현상도 부작용을 키웠다. 주가상승을 이끌었던 ‘차화정(자동차·화학·정유)’에 투자자들의 차익실현 욕구가 집중되면서 투매(投賣)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도주에 편승해서 수익을 거둔 투자자들이 급락장에서 공포에 휩싸여 변동성을 더 키웠다. 우리나라 투자문화
는 쏠림이 굉장히 심하다”고 분석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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