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존스크릭에서 개막한 PGA 챔피언십 1라운드. 우즈에게 해고당하고 애덤 스캇(호주)의 캐디로 나선 윌리엄스가 가는 곳마다 갤러리들의 시선이 쏠렸다. 심지어 몇몇 팬들은 사인을 해달라고 손을 내미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대표하는 ‘꽃미남’ 스캇의 인기가 워낙 높아 그렇다 치더라도 윌리엄스의 발걸음에 모아진 관심은 생각했던 것 그 이상이었다.
캐디가 인기를 누리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캐디는 대중 앞에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게 불문율이지만 윌리엄스에겐 적용되지 않는 듯 했다.
애틀랜타 북부 샌디스프링스에서 왔다는 짐 브라운씨는 “우즈를 위해 오랫동안 고생하고 하루 아침에 해고당한 스티브에게 동정심을 느낀다”며 “내가 스티브였다면 더욱 거칠게 나갔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즈와 동고동락하며 메이저대회 13승을 합작했던 윌리엄스는 지난주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대회에서 스캇과 첫 우승을 일궈낸 직후 한 인터뷰에서 “내 생애 최고의 순간”이라고 말해 논란을 빚었다.
10년 넘게 우즈와 함께 했던 화려했던 시절을 하루아침에 격하 내지 부정한 듯한 발언이었다. 그의 말 한마디는 즉각 선수들의 반감을 샀고, 결국 전날 성명을 내고 “감정을 통제하지 못한 바람에 스캇이 거둔 우승의 빛을 바래게 했다”며 사과했다.
윌리엄스에 대해선 대부분의 언론이 비판적 태도를 보이며 우즈의 편을 들고 있다. 하지만 적어도 팬들 사이에서는 윌리엄스에 대한 동정론이 강한 분위기다.
윌리엄스는 입에 담기도 힘든 우즈의 추악한 스캔들 파문이 불거졌을 당시 “측근이 진실을 밝히라”는 여론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입을 열지 않았었다. 그 때문에 아내와도 소원한 관계가 지속됐다.
5살 때부터 골프를 쳤다는 중년의 마이크 브렌던씨는 “언론은 권력자에게 길들여져 있는 탓에 우즈 편에 서 있지만 나같은 평범한 사람이 느끼는 것은 다르다”며 “인정사정 없이 자신을 해고한 고용주에게 말 한마디 했다고 이렇게 비난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노장 캐디에게 관심이 모아진 이날 우즈는 “자신감을 되찾았다”는 말이 무색하게 7오버파 77타의 참담한 성적을 냈다.
/연합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