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위스 중앙은행(SNB)의 토머스 조던 부총재는 이날 스위스 현지 언론과 가진 회견에서 스위스프랑이 기록적인 강세 랠리를 보이고 있는 만큼 유로화에 대해 스위스프랑의 가치를 일시적으로 고정(페그)하는 것은 현행 법적 테두리 내에서 가능한 옵션"이라고 밝혔다.
이어 SNB 집행이사회의 장 피에르 당틴 이사도 스위스 신문 회견에서 "어떤 것도 배제되지 않는다"고 말해 스위스가 자국 통화 강세를 막기 위해 페그제를 실시할 수 있다는 추측이 높아졌다.
FT는 이에 대해 "스위스 중앙은행이 환율방어를 위한 페그제 가능성을 열어뒀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이같은 스위스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발언에 그간 고공행진하던 스위스프랑화 값은 이날 지난 1999년 유로화 출범 이후 하루 최대 낙폭을 보였다고 전했다. 달러화 대비로도 2년8개월만에 가장 큰 하루 낙폭을 보였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스위스프랑·유로 환율은 이날 한 때 전날 대비 6% 이상 상승해 1.0922스위스프랑까지 올라갔다가 다시 오후 들어 1.0825스위스프랑까지 낮아졌다. 스위스프랑·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4.8% 올라간 76.17상팀(0.01프랑)을 기록했다.
앞서 지난달 유로화 대비 스위스프랑 가치는 12% 이상 상승했고 지난 9일에는 스위스프랑·유로 환율이 1.0075까지 낮아진 바 있다.
최근 3개월 간 스위스프랑·유로 환율 추이(단위: 유로 대비 스위스프랑/ 출처: 로이터) |
그러나 유로화 페그를 실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유로화 가치가 역내 재정 위기로 크게 흔들리는 상황에서 여기에 스위스 프랑 환율을 고정시키는데 대한 스위스인의 반감이 클 것이라는 얘기다. 이를 실행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불가피한데 그것도 용의치 않다는 지적이다.
또 유로에 페그될 경우 유럽중앙은행(ECB)에 중앙은행 권한을 상당 부분 넘겨야하는 것이 스위스인에게 용납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스위스는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7개국)에는 물론 유럽연합(EU)에도 가입하지 않은 중립국으로 이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때문에 SNB 지도부의 환율 견제 발언의 약발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마이클 울포크 뱅크오브뉴욕멜런(BNY) 선임 외환전략가는 "SNB 지도부의 잇단 발언이 환 투기를 주춤하게 만드는 효과를 냈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앞서의 적극적인 개입에도 불구하고 스위스 프랑 가치가 계속 뛰는 상황에서 이처럼 '구두 개입'한 효과가 지속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따라서 "다음주 스위스 프랑 가치가 다시 오르게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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