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업계에 따르면 호남석유화학과 케이피케미칼은 연내 합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어, 앞으로 필요한 시간은 4개월 정도 남았다. 회사측은 2개월이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문제는 합병에 필요한 비용이 너무 크다는 점이다.
양사 합병의 최대 걸림돌은 주식매수청구 비용이다. 2009년에도 사실상 이 문제 때문에 양사의 합병이 무산됐었다.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는 합병 추진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주식매수청구는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가 회사에 주식을 되사 줄 것을 요청하는 권리이다. 따라서 주가가 너무 높으면 주식매수청구 비용이 늘어나 합병에 불리할 수밖에 없다. 양사는 모두 2009년 당시보다 주가가 4배 이상 올라서 비용부담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그나마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로 주가가 많이 떨어진 것이 오히려 합병에는 유리하게 됐다. 호남석유화학 관계자는 “기관투자자들 사이에 주가가 떨어진 지금 상황을 활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며 “그런 부분을 고려해 합병을 검토하고는 있지만,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매수청구 가격은 통상적으로 이사회에서 합병 안건을 결의하기 전 60일 동안 증시에서 형성된 평균 주가로 결정된다. 따라서 호남석유화학은 당분간 증시 흐름을 주시해 합병시기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합병비용이 문제가 되는 대세에는 큰 변화가 없을 전망이다. 과거처럼 소액주주(43%)들이 반대한다면 합병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업계서는 합병 효과에 의문을 품는 시선도 있다.
정범식 호남석유화학 사장은 “작년 호남석유화학의 단독 매출이 7조원이었는데 연결 매출은 14조였다”며 “7조보다는 14조 회사가 해외사업을 하는데 편한 것은 당연한 게 아니냐”고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회계기준이 IFRS로 바뀌면서 사실상 의미가 없어졌다.
또 케이피케미칼과 호남석유화학은 그룹내 같은 화학 계열사지만 생산하는 제품이 달라 상충하지 않는다. PET 제품이 겹치지만 호남석화의 규모가 극히 적은 편이다. 또 표면상으로는 PX와 PTA를 생산하는 케이피케미칼과 BTX를 생산하는 호남석유화학이 합성섬유 원료부문 수직계열화를 이루지만, 호남석유화학의 BTX도 규모가 작아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정도는 아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케이피케미칼의 울산 공장과 호남석유화학의 여수 공장은 거리상으로도 멀어 합병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호남석유화학측은 그룹 내 화학사업을 통합하고 해외 진출을 위한 창구를 일원화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합병의 당위성을 내세우고 있다. 정 사장은 “해외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화학사업의 창구를 일원화시켜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논리가 소액주주들을 얼마나 설득시킬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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