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외국인 자금은 5조567억원이다.
중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신흥국 증시와 비교해도 국내 주식시장의 외국인 이탈 속도는 빠르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한국, 대만, 인도, 태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 6개국 주식시장의 이달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이를 반영한다.
한국은 44억7770만달러로 대만(57억560만달러) 다음으로 많았다.
이어 인도(13억2180만달러), 태국(5억4000만달러), 인도네시아(5억1450만달러), 필리핀(1억170만달러) 순이었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이 차지하는 시총 비중도 감소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에서 외국인 보유액은 지난 1일 394조1494억원으로 전체의 32.16%였다.
이는 지난 12일 324조8135억원보다 31.65%로 감소한 것이다.
최근 국내 시장을 이탈하는 외국인 자금 중에는 유럽계가 절반이 넘는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11일까지 국내 주식시장에서 유출된 유럽계 자금은 2조7천417억원이다.
같은 기간 주식시장을 이탈한 미국계 자금은 9513억원으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유럽계 자금 중에도 단기 자금으로 분류되는 룩셈부르크가 8945억원 회수돼 이탈 속도가 가장 빨랐다.
이어 프랑스(6054억원), 영국(4473억원), 독일(1558억원), 피그스(PIIGSㆍ포르투갈, 이탈리아, 아일랜드, 그리스, 스페인) 순이었다.
외국인 자금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채권시장에서도 무더기 탈출 사태를 보였다.
같은 기간 국내 채권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은 2조680억원 순유출됐다. 프랑스계 자금은 절반에 가까운 8289억원이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 강등설이 나온 이후 프랑스 금융기관의 신용경색 우려가 채권시장 이탈의 원인이 된 듯하다”고 분석했다.
외국인의 증시 이탈 강도가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리먼브러더스 당시 수준에 근접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외국인이 지난 2일부터 11일까지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유 주식의 1.46%를 팔았다”며 “2008년 10월 리먼브러더스 파산 직후 매도 규모인 1.8%에 근접하는 수치”라고 말했다.
그는 “외국인이 당시와 같은 매도세를 보인다면 아직 1조5000억~2조원의 매도 여력이 있는 셈”이라며 “외국인이 현재 위기를 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와 비슷하게 본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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