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시장 속 정유사 브랜드가치 ‘예전같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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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16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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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영 기자)주유소시장 속 정유사의 입지가 갈수록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비정유사 계열 주유소를 확대하는 한편, 주유소도 정유사 브랜드가치의 프리미엄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향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자가폴(비정유사 계열) 주유소 확대에 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 12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이 주유소를 전격 방문해 자가폴 주유소 등에 대한 현장 의견을 청취하고, 특히 금년 하반기부터 자가폴 전환비용을 지원하기로 해 자가폴 확대정책이 ‘말뿐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정부는 내년까지 1000여개 주유소의 자가폴 전환을 돕기 위해 13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기로 했다. 그동안 홍보지원에 그쳤던 자가폴 활성화 정책이 실질적인 비용지원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부는 자가폴 주유소의 석유제품 품질 보증에도 나서고 있다. 현재는 6개의 주유소만이 품질 보증을 받고 있지만 더 늘리겠다는 정부의 정책의지가 강하다. 이에 따라 정유사 브랜드만의 고유한 무기였던 ‘정품 이미지’의 강점도 앞으로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

주유소업계서도 정유사 브랜드가치를 낮게 보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SK자영주유소가 SK에너지의 가격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SK자영주유소연합은 지난 기름값 100원 할인 과정에서 벌어진 손해를 보상받기 위해 SK측을 상대로 한 소송을 준비 중이다. 특히 손해배상 내용에 다른 정유사보다 비교적 고가인 SK에너지의 공급가격 정책이 포함된 것이 주목된다. SK자영주유소연합은 “SK에너지가 그간 ‘브랜드가치’ 만큼의 프리미엄을 붙여 타사보다 높은 공급가를 책정해왔다”며 “그로 인해 SK주유소가 손해를 입었으니 그동안의 차액분을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SK에너지의 공급가격이 가장 높고 현대오일뱅크가 가장 낮은 편이었다. 이는 각 정유사의 시장 점유율과 브랜드가치 등의 비교우위에 따라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현상이다.

그동안은 주유소도 이런 부분을 고려해 정유사간 공급가격 차이를 감수해왔지만, SK자영주유소연합이 처음으로 공공연하게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 또한 정부의 가격정책이 시발점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기름값 정책은 주유소가 판촉 등 서비스로 차별화하기보다 오로지 가격경쟁을 통해 저가를 책정하도록 만들고 있다”며 “시장이 가격 위주로 바뀌다보니 브랜드가치를 이유로 높게 책정되는 정유사 공급가격도 타당성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 연말이면 이런 현상은 절정에 이른다. 석유거래소의 전자상거래가 개설되기 때문. 대규모 전자상거래가 활성화되면 주유소는 앞으로 정유사를 직접 상대하지 않아도 기름을 구매할 수 있는 방법이 많아지게 된다. 주유소가 정유사와 굳이 상표계약을 할 필요성도 줄어들게 된다는 의미다. 이처럼 시장 바뀌면 브랜드가치 제고에 공을 들여왔던 정유사의 마케팅 정책도 수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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