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시중 단기자금이 폭락장에 단기차익을 노리면서 '저가' 펀드를 적극 사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코스피 반등을 예상하면서 수익 극대화를 위해 총보수를 적게 받거나 환매수수료가 없는 펀드로 단기자금이 집중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16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내주식형펀드(상장지수펀드(ETF) 제외)는 1~11일 1조2193억원 순유입을 기록했다. 10~11일 이틀만 2000억원 이상이 들어왔다.
국내주식형펀드 순유입액 상위 1·2위는 수수료가 1.5%포인트 가까이 싸거나 환매수수료를 받지 않는 상품이다.
교보악사자산운용 '교보악사파워인덱스파생상품투자신탁'은 설정액을 이 기간 국내주식형펀드 가운데 가장 많은 1601억원을 늘렸다. 2위는 KB자산운용 'KB코리아스타증권투자신탁'으로 1118억원을 모았다.
교보악사자산운용 펀드는 총수수료로 0.16%를 받는다. 같은 유형 평균은 1.58%로 1.42%포인트 높다. KB자산운용 상품은 환매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증권가는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펀드로 단타 성격 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했다.
김후정 동양종금증권 펀드연구원은 "가입 조건이 유리한 펀드로 단기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해지에 부담이 적은 만큼 이탈도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식형펀드는 대개 90일 안팎으로 환매 제한을 두고 있다. 이 기간 안에 환매하면 수익금 70%를 물어야 한다. 이에 비해 이번 순유입 상위 상품은 선취수수료 1%만 미리 내면 환매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지수 변동성이 커질 때 비용이 저렴한 펀드로 자금이 몰린다는 것이다. 간접투자인 만큼 직접 종목을 선정하는 데 따른 위험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김종철 신한금융투자 펀드연구원은 "상당수 투자자가 지수 흐름을 따라가는 식으로 시장에 접근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경우에도 펀드 환매수수료가 없거나 수수료율이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가 더욱 선호되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도 "단기 자금이 수수료가 싼 펀드로 몰리는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며 "현실적으로 업계나 당국 차원에서 이런 행태를 억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단기 투자 위험성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다. 증시 변동성이 장기화할 수 있는 만큼 여전히 긴 안목에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펀드연구원은 "증시 불확실성은 연말까지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단기적인 관점에서 저가매수를 노리는 것은 아직 위험할 것"이라고 전했다.
서 연구원은 "투자 기간을 1~3년으로 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지금이 펀드 투자에 적기"라며 "향후 증시가 상승하는 쪽에 배팅한다면 성장형 펀드나 안정성을 기반으로 한 대형주 펀드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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