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경제 위기가 다시 불거지면서 글로벌 증시가 부침을 겪자 투자자들의 시선이 투자 거물들에게 쏠리고 있다. 그런데 고수익·고위험을 좇는 헤지펀드계의 대표 주자 존 폴슨 폴슨앤드코 회장과 가치투자의 달인으로 꼽히는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투자 행보가 엇갈려 주목된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 등에 따르면 폴슨앤드코는 이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낸 공시자료에서 지난 2분기 BoA 보유 지분을 1억2400만주에서 6040만주로 반토막냈다. 폴슨은 이외에도 씨티그룹 보유 지분을 20% 가량 털어냈고, JP모건 지분도 일부 처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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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스파고-KBW은행지수-BoA 수익률 추이(왼쪽 위부터/출처 블룸버그) |
앞서 폴슨은 지난달 투자자들을 상대로 한 콘퍼런스에서 "일부 주식 투자가 너무 공격적이었다"며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그가 집중 투자했던 금융주는 올 들어 실적이 부진했다. BoA는 연초 들어 42% 빠졌고, 씨티그룹과 JP모건은 각각 34%, 13% 떨어졌다. 같은 기간 유력 헤지펀드 매니저인 디나카 싱, 데이비드 테퍼도 각각 BoA와 JP모건, BoA와 씨티그룹 보유 지분을 대거 팔아치웠다.
금융주를 대거 처분한 폴슨은 금시장에서도 딱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올 들어 금 선물 가격은 안전자산 선호현상에 힘입어 23% 급등했지만, 그는 지난 2분기에 세계 최대 금 상장지수펀드(ETF)인 SPDR골드트러스트의 보유 지분을 그대로 뒀다. 이를 통해 폴슨은 손실을 그나마 만회했지만, 전체 투자 손실을 모두 상쇄하기엔 역부족이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에 반해 버크셔는 지난 2분기 웰스파고 주식 970만주를 매입, 지분율을 2.8%로 늘렸다. 이로써 웰스파고 최대 주주인 버크셔의 지분 가치는 이날 종가 기준, 88억 달러에 달하게 됐다.
웰스파고도 다른 은행주처럼 주가가 급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다만 올 들어 19% 떨어져 업종 벤치마크지수인 KBW은행지수(25% 하락)보다는 선방했다. 로이터는 웰스파고가 부실 주택담보대출(모기지)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상대적으로 적고, 상당수 투자자들이 이를 투자 다변화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도 강점이라고 지적했다.
주목할 점은 헤지펀드 매니저인 토머스 스테이어도 지난 1분기 이 은행의 지분을 270만주에서 340만주로 늘렸다는 점이다. 그는 버핏이 마이크로소프트(MS) 창립자인 빌 게이츠와 함께 추진하고 있는 기부 캠페인에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밖에 버크셔는 지난 2분기 미 편의점 체인 달러제너럴 주식 150만주를 매입했고, 마스카드 지분율을 88%로 늘렸다. 시장에서는 그가 달러제너럴 주식을 사들인 것은 미 경제 회복에 대한 베팅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버핏은 그러나 식품업체 크래프트푸즈의 지분은 9950만주로 5.5% 줄였다.
이로써 버크셔의 주식 포트폴리오는 지난해 말 615억1300만 달러에서 지난 2분기 675억8500만 달러로 10% 늘었다. 현재 버크셔의 주식 포트폴리오는 소비재업종 40%, 금융업종 37%와 계열사 지분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버핏은 전날 PBS와의 회견에서 "주가가 쌀 때 사들이는 것을 즐긴다"며 "지난 8일 올 들어 가장 많은 돈을 주식을 매입하는 데 썼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008년 12월 이후 최대폭인 6.7% 폭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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