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겉만 번지르르한 '찜통청사'…헐지도 못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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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1-08-17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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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산구청·성남시청 등 보수공사 기약 없어 ‘답답’

외부 벽면이 모두 유리로 지어져 내부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무더위에 시달리고 있는 서울 용산구청 전경.

(아주경제 이명철 기자) "더워서 근무하기가 힘들어요. 뜨거운 햇빛에 그대로 노출되다 보니 능률도 떨어지게 됩니다."

용산구청 공무원들은 요즘 한창 더위와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내부 규정에 따라 청사 냉방온도를 약하게 설정한 이유도 있지만, 애초부터 건물자체가 열에 약하게 설계된 탓이다.

16일 오후 3시쯤 서울 용산구 녹사평 일대에 위치한 용산구청을 찾았다. 밖엔 비가 오는 가운데 청사로 들어서니 습한 공기가 가장 먼저 피부에 와 닿는다. 에어컨 바람이 안쪽에서 불어오고는 있지만 높은 천정과 넓은 면적의 최신식 건물을 식히기에는 역부족이다.

건물 내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니 금방 땀이 흘러내렸다. 민원실 창구 내의 공무원이나 민원서류를 작성 중인 방문객 중에는 연신 부채질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곳에 있던 한 중년 남성은 “밖이 너무 더워 비도 피할겸 좀 시원할까 해서 들어왔더니 건물 안이 더 덥다”고 불평했다. 1층 보건소 앞에서 만난 한 청사 직원은 “그래도 오늘은 비가 와서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겉만 화려하고, 호화롭게 지어진 공공청사 건물들이 무더위 앞에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용산구청 뿐만이 아니다. 성남시청, 용인시청, 서울 관악·금천구청, 부산남구청 등 최근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유리외벽 지자체 청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들이 한여름‘찜통’더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성남시의 경우 청사가 찜통청사 논란을 빚자 현대건설 등 6개 시공사에 시청사 및 시의회 건축물에 대한 특별 하자보수 요청 공문을 보냈다. 보수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경우 소송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은 이에 대해 "성남시측이 제공한 설계를 기반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시공했고, 준공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시공 과정에서 하자는 없다"며 "다만 성남시가 요청한 부분에 대해 보완 필요성이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지어진 공공청사가 찜통청사라는 낙인이 찍힌 것은 외벽을 모두 유리로 덮는 커튼월 방식의 구조 때문이다. 이 방식은 시공이 쉽고 다양한 디자인 연출이 가능해 지난 몇 년간 공공건물이나 대형빌딩 건축에 주로 활용돼 왔다.

그러나 복층유리에 환기창을 설치하지 않아 더운 공기가 배출되지 못하고 온실효과가 발생, 찜통현상을 일으키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강재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계획·환경연구실 연구위원은“커튼월 방식의 외벽유리 건물은 여러 장점도 있지만 에너지 손실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며 "그동안 지어진 건물들이 이 문제를 묵과했던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강 위원은 또 "벽체수준의 단열효과를 지닌 기능성 유리도 개발됐으나 수요가 부족해 활성화되지 못했다"며 "유리를 떼어내고 새로 시공하는 것보다 기능성 유리를 덧대는 방법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서승직 인하대 건축학부 교수는 “유리 외벽 건물은 복사열 차단에 한계가 있어 여름철에는 에어컨 등 설비의 도움을 크게 받아야 한다”며 “건축적인 면을 고려하지 않고 에너지 효율을 강조하는 것은 깨진 그릇에 물을 붓는 격”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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