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애플 대항군 합세냐… 강력한 경쟁자 등장이냐

구글 모토로라 인수 '양날의 칼'

(아주경제 한운식 기자)구글의 모토로라 인수는 삼성전자에 '양날의 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애플과 세계 곳곳에서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삼성으로선 안드로이드 진영의 세를 불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구글이 모토로라를 손에 넣고, 애플·삼성과 일전을 벌일 가능성도 높다는 것을 무시할 수 없는 형편이다.

결국 이 상황을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삼성에 달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치된 판단이다.

구글은 15일(현지 시간) 보도 자료를 통해 휴대폰 제조사 ‘모토로라모빌리티’를 현금 125억 달러(13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구글이 모토로라의 주식을 현재 주가에 63%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40달러에 인수하는 방식이다.

모토로라모빌리티는 모토로라에서 비즈니스솔루션(셋톱박스, 통신장비 등) 부분을 제외한 휴대폰 부분이 떨어져 나간 회사다.


◆ 삼성 겉으로는 ‘환영’.... 속내는 편치 않아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와 파트너기업들을 지키기 위해 내린 결정을 환영한다”

신종균 삼성전자 휴대폰부문 사장이 구글의 래리 페이지 최고경영자(CEO)의 SNS인 ‘구글 플러스’에 남긴 글이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다는 발표가 난 직후다.

이에 화답하듯 래리 페이지 CEO는 “안드로이드를 유료화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명히 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애플에 대항하는 안드로이드 진영을 세를 불린다는 측면에서 겉으로는 긍정 평가하고 있다.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현재 전 세계 1억5000만대 이상의 스마트폰에서 채택하고 있으며,

하루 평균 55만개의 새로운 스마트폰이 안드로이드 진영에 가담하고 있다.

특히 애플이 전 세계 곳곳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구글이 애플에 대항하는 연합군의 전초부대 역할을 해준다는 점에서 국내 기업으로서는 손해 볼 게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모토로라가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의 강력한 경쟁자로 재부상할 가능성도 있다.

이럴 경우 삼성, LG 등은 애플에 이어 또 다른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게 된다.

예를 들어 구글이 새로운 운영체제를 선보이거나 기존 운영체제를 업그레이드 할 때 모토로라를 우선 배려한다면 안드로이드 진영 내부에서도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권기덕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구글이 비록 실패했지만 과거에도 스마트폰 생산을 추진하는 등 하드웨어 분야로 영역을 확대하려 했다”면서 “구글과 모토로라의 제조력이 결합될 경우 의외로 강력한 파괴력을 지닐 수 있다”고 말했다.

◆ 모토로라는 돈이, 구글은 특허가 필요했다

125억달러라는 거액으로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하는데 합의한 사건은 돈과 특허가 얽힌 양사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일단, 미국 현지에서는 1973년 휴대전화 사업을 시작한 자랑스러운 미국의 선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이 비극적으로 끝났다는 안타까운 시각이 많다.

80년 역사의 모토로라는 세계 최초로 상업용 휴대전화를 개발한 회사이기 때문이다.

최근 모토로라는 명성에 걸맞지 않게 스마트폰과 태블릿PC사업에서 애플에 이어 삼성전자와 HTC 등 경쟁자들에 밀려 어려움을 겪어왔다.

반면 구글은 일차적으로는 공식 블로그에서 강조했던 것처럼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와의 특허전쟁에서 안드로이드 모바일 운영체계를 보호하기 위해 모토로라의 풍부한 특허들이 절실히 필요했기 때문에 인수협상이 성사됐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안드로이드가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확산되고 있지만, 최근 애플과 MS, 오라클 등 경쟁사들이 특허를 무기로 협공을 가해오면서 고민이 깊어지던 터였다.

미 경제전문지 포천과 씨넷 등 외신들은 모토로라가 현재 1만7000건의 특허를 보유한데다 현재 출원돼 있는 특허도 7500건이나 되는 등 모두 2만4000건을 웃도는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에게 배운 전략대로, 모바일기기 제조와 iOS 등 OS를 모바일 산업의 양대 핵심산업을 갖춘 경쟁사 애플처럼 체제를 완비한 뒤 애플 등과 경쟁하려는 것 아니냐”고 타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