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동남부 마리나베이(Marina Bay) 전경. 삼성물산은 바다를 매립해 조성된 이 지역을 지나는 지하고속도로 건설에 참여하는 등 세계적인 토목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
(아주경제 유희석 기자)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에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를 세운 삼성물산이 해외 토목부문에서도 입지를 넓혀 가고 있다. 특히 싱가포르에서는 주요 지하철 및 고속도로 건설을 주도하며 한 국가의 사회·경제적 혈관을 만들고 있다.
현재 삼성물산이 해외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형 지하토목공사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하수터널(DTS)공사와 살람 지하차도 공사가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지난 2007년 도심지하철라인(DTL) 908공구 수주를 시작으로 2008년 마리나해안고속도로(MCE) 483·486구간을 연속으로 따냈다.
2009년에도 싱가포르에서 지하철 남북선(NSL) 156구간을 수주했으며 올해 DTL 922를 추가로 따내는 등 총 7개 현장에서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이중 삼성물산이 가진 세계 일류 수준의 기술력과 공사수행능력을 볼 수 있는 곳이 싱가포르 MCE 현장이다. MCE 프로젝트는 국제적 관광 및 업무단지로 개발될 싱가포르 동남부 마리나베이(Marina Bay)지역의 해안 매립지역을 따라 싱가포르의 동서를 연결하는 총연장 5㎞, 10차선 규모의 지하고속도로를 건설하는 공사다.
삼성물산은 총 6개 구간으로 나눠 순차적으로 입찰을 진행한 총 5㎞의 MCE 공사에서 5억9000만 달러 규모 483구간과 4억2000만 달러 규모의 486공사를 맡았다. 삼성물산은 MCE 483·486 현장에서 각각 950m, 840m의 지하터널과 2개의 환기빌딩 공사를 수행하고 있다.
MCE 사업은 1m당 공사비용이 5000만원을 훌쩍 넘길 만큼 고난위도 공사로 정평이 나 있다. 도로의 위치나 폭, 시공법 등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국내 고속도로(8차선 기준) 공사비가 1m당 평균 120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4배를 뛰어넘는다.
단위 면적당 공사비가 말해주듯 MCE는 연약한 지반을 예측하고 적절히 보강해 공사를 해야하는 등 고도의 기술력과 공사수행경험이 필요한 프로젝트다.
실제 공사가 진행 중인 마리나베이 지역은 지난 1970년대에 바다를 매립해 조성된 지역으로 지하 15m까지가 매립층, 이후 15~40m까지가 진흙뻘과 같은 점토층으로 구성돼있다.
삼성물산은 우선 신공법을 활용해 지하 15~40m 사이의 연약지반층인 점토층에 시멘트를 분사해 지반보강작업을 벌이고 이후 지하굴착을 위한 가설물 설치, 굴착, 구조물 설치 등의 순서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점토층에 대규모 구조물을 지탱할 수 있도록 단단한 지반으로 개량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삼성물산은 싱가포르 지하토목현장에서 대규모로 도입한 DSM(Deep Soil Mixing)공법을 적용하고 있다.
DSM공법은 연약지반에 시멘트와 물을 혼합한 '슬러리(현탁액)'를 주입하면서 대형 스크류가 달린 특수 교반기를 이용, 기계적으로 점토와 슬러리를 혼합할 수 있도록 한 공법으로 지반 개량효과가 뛰어난 것이 특징이다.
이전까지는 주로 시멘트를 공기압력으로 직접 분사하는 방식인 JGP(Jet grouting pile)공법이 싱가포르 지하토목건설에 주로 쓰였다. 삼성물산은 이미 총 공사비 1조4123억원으로 부산신항만 공사 등에서 DSM공법을 활용해 본 기술과 노하우로 싱가포르 현장에 대규모로 적용했다.
삼성물산은 DSM공법을 통해 지반개량 효과를 획기적으로 개선하면서 이후 공정인 가설물 설치에 필요한 자재소요량과 시간 등을 크게 낮출 수 있었다.
MCE 483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지성욱 소장은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력과 공사수행능력을 바탕으로 마리나해안 지하고속도로를 최고의 품질로 완공해 대한민국 건설기술의 위상을 높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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