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동영 최고위원이 요지부동인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강수를 뒀다. 지난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로 나섰던 그가 최근 3%대의 미미한 지지율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한진중공업 사태를 계기 삼아 배수의 진을 친 것이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진중공업 조남호 회장이 (정리해고 사태에 대해) 국민 앞에 무릎을 꿇을 때까지 가겠다”며 “조 회장을 절대 용서해서는 안 된다.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밝혔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 당선으로 정치계에 입문한 그가 특정 현안을 두고 ‘정치생명’을 운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최고위원이 유독 한진중공업 문제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은 지지율이 장기간 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점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야권내 대선 후보 라이벌인 손학규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율이 올 들어 10%대의 견조함을 유지하는 반면 자신은 3%대로 추락했기 때문.
2년 전만 해도 정 최고위원의 지지율은 10%대를 넘나들었으나 △손 대표 및 문 이사장의 부상 △당내 입지 위축 등으로 대선 출마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 아니냐는 섣부른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대선이 불과 1년 4개월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라, 한진중공업 사태를 활용해 노동·진보로 대표되는 정치적 색깔을 분명히함으로써 자신의 존재감 부각 및 상황 반전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나라당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한 의원실 관계자는 “한진중공업 사태 등 노사 문제는 정치권이 관여 오히려 상황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았으나 야권이 정치 공방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야당 쪽에서 야권연대나 노동계를 포용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희망버스 등 노동행사에 참가한 의원들 대부분은 자산의 이름을 알리기 위한 목적이었을 것”이라며 “정동영 최고위원의 경우 얼마전 당한 백색테러가 오히려 그의 활동을 알리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정동영 최고위원실 관계자는 “정치생명 발언은 한진 사태조차 해결하지 못하면 정치를 무엇하러 하느냐는 차원의 이야기”라면서도 “정치인으로서 자기 색깔을 드러내는데 눈치볼 것이 뭐가 있겠는가. 정 최고위원은 한진사태에 많은 관심을 갖고 이를 주도하며 청문회 개최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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