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택 예술의 전당 사무처장]
근래 들어 소비자에게 상품을 반값에 공급하는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아지면서 사업영역도 나날이 확장되고 있다. 더불어 이들 업체들이 다루는 품목도 늘어나고 관련 업체들도 증가하고 있다.
과거 이들 업체들이 다루는 상품은 단순한 공산품 또는 의류 등 한두 가지의 상품을 공동구매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인터넷과의 결속을 더욱 공고히 하면서 일반 소비재는 물론이거니와 외식산업, 농산품, 의료서비스 등 우리생활에 필요한 거의 모든 품목들을 망라하고 있다.
이러한 소셜커머스의 바람은 문화계라고 비켜가질 않는다. 최근 공연·전시와 같은 예술상품을 이들을 통해 반값에 내놓는 기획사들이 점차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최근 예술현장에는 소셜커머스를 통해 티켓을 구매한 관람객을 위한 별도의 창구가 극장 매표소나 전시장 앞에 마련되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문화예술을 향유하는 인구가 늘어났다는 점에서나 예술이 우리의 생필품이 됐다는 점에서 볼 때 무척이나 반가운 현상이다. 문화예술상품 공급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관객이 늘어나면 그로 인해 축적되는 자본도 따라서 늘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급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우리가 겉으로 보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는 듯하다. 소셜커머스 업체의 이윤 창출 방식이 예술상품 제작·공급사의 처지를 배려해 주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이다.
예술상품은 언제부터 언제까지라는 일정한 시기에만 판매가 가능한 시기성 상품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또한 재고라는 개념도 없다. 일반 소비재는 예술상품과 반대로 재고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가격결정요인에는 원자재 확보시기, 구입 규모, 생산 자동화 비율, 인건비, 물류비, 판매시기 등 매우 다양한 요소가 있다.
그에 반해, 예술상품은 출연료, 저작권료, 세트제작비 등 상품가격을 결정짓는 요소가 비교적 단순하기 때문에 제작 전 기획 단계부터 생산원가가 결정되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손익분기점과 이윤을 창출을 위한 기간별 티켓판매량도 명료하게 산출되기 때문에 공급자의 입장에서 본다면 꾸준한 흥행여부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예술시장의 특성상 사업성패는 예술상품 유통 시작 후 매우 짧은 기간 동안에 결정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인지 예술계는 일반 소비재 분야보다 소셜커머스와 같은 유통구조의 유혹을 뿌리치기가 어려워 보인다.
이러한 특성은 예술상품 생산·공급자에게 점차 소셜커머스를 하나의 공식적인 유통구조로 받아들이게 한다. 더불어 그에 따른 부작용도 촉발시키고 있는데, 예술상품의 공급가에 거품을 유발시키는 것이다. 일부 기획사는 티켓가격이 예술상품의 품질을 대변하는 것처럼 보이는 약점을 이용해 고가의 티켓정책을 펼쳐왔는데, 소셜커머스를 통한 티켓유통을 염두에 두고 상품가격을 두 배 이상으로 부풀려 책정하는 부작용이 점쳐지고 있다.
즉 원가보다 훨씬 비싸게 티켓가격을 책정해야만 소셜커머스사를 통해 할인해서 판매해도 손해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런 유통구조는 소비자들에게 제값을 치르고 상품을 구매하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과 불안감을 갖게 할 수도 있다.
더불어 정상적인 유통망을 통해 상품을 구입한 관객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것은 너무나도 자명하다. 결국 이러한 현상들이 반복되다 보면 예술상품시장에 대한 신뢰도는 하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로 인한 피해는 선량한 제작·공급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은 확실해 보인다. 특히 대학로 등 열악한 환경에서 예술성과 작품성을 추구하며 무대에 작품을 올리는 영세한 단체에게 가장 큰 피해를 입힐 것으로 추정된다.
당장에 필요한 운영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소셜커머스에 티켓을 넘겼을 경우 원가의 30~40%만이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결국 다음 작품에 재투자할 재원 확보가 힘들어지며, 더욱 염려스러운 것은 연극인을 비롯한 아티스트의 복지에 악영향을 초래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악순환은 예술상품의 품질저하를 초래해 국가가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문화복지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시립예술단체나 지방문예회관의 경영목표는 일반적인 민간기획사처럼 이윤창출이 아닌 국민의 문화복지향상이기 때문에 원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공급한다.
이들 상품들은 예술성 및 공익적 가치가 높지만 이미 소셜커머스 유통구조에 익숙해진 소비자 입장에서는 정상가로 공연이나 전시 티켓을 구매한다는 것을 탐탁지 않게 여길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관객은 점차 줄어들어 초기 흥행을 실패로 몰고 갈 가능성도 커지게 된다. 또한 흥행 실패에 대한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문화예술상품을 향유한다는 것은 우리의 마음을 살찌우고 국가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사회구성원으로서 경쟁력을 기르는데 그 목적이 있다. 물론 일반 소비재와 같이 되도록 저렴한 가격에 공급받을 수만 있다면 매우 반가운 일이긴 하다.
하지만 이러한 유통구조로 인한 가격 거품은 소비자에게 불신감을 갖게 하는데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은 쉽게 예견된다. 이러한 부작용을 일소하려면 소비자는 예술상품을 선정하는 기준으로 예술성과 교육성을 최우선 가치로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예술은 투자한 만큼 자신에게 유익함을 돌려준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공급자는 티켓가격으로 자신의 상품의 격을 포장하는 악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티켓 가격에 낀 거품을 스스로 거두고 보다 우수한 작품을 관객에게 선보이는 상도의와 책임감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 공연장 객석을 채우는 관객의 수준은 이미 기획자의 수준을 넘어서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예술상품의 주된 핵심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감동이다.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티켓가격이 아닌 예술성이 확고한 상품을 준비하여 감동을 줘야 한다. 그래야만 예술시장을 건전하게 유지시키고 무한경쟁 사회에서 자신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