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매매 수요가 전세 시장으로 옮겨가면서 이에 따른 전세자금대출이 급증해 가계부채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18일 한국은행 및 금융권에 따르면 올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전세자금대출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 등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지난달 말 기준 4조6028억원에 이른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 60% 가량 증가한 수치다.
우리은행은 1조18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637억원)보다 2배 이상 급증했으며 신한은행도 1조원대(1조1061억원) 대출 잔액을 기록 중이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각각 9618억원과 8518억원으로 연초보다 3000억원 이상 늘었다.
부동산 거래 침체로 전세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데다 가을 이사철이 다가오고 있어 전세가격은 더욱 오를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전세 만기 도래에 따른 대출자의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또 자산가치 하락으로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역전세난'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MB 정부가 출범한 이후 서울지역 전세 가격만 25% 올랐다"며 "이는 매매가 인상폭(2.5%)의 10배에 달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함 실장은 "금융불안 등 외부 충격으로 매매 시장이 위축돼 있는 데다 내년 아파트 입주량도 평년보다 낮은 수준이어서 전세난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가계부채 규모를 줄이기 위해 지난 6월 말 정부가 발표한 종합대책의 효과도 거의 없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443조2000억원으로 지난해 11월(4조827억)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 양도 포함)이 전월보다 2조7000억원 올라 역시 7개월 만에 가장 크게 증가했다.
7월에도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증가폭은 평균 1000억~5000억원에 달했다.
가계부채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전세자금대출이 새로운 복병으로 등장하면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은 변동금리형 주택담보대출과 개인 신용대출 취급을 잠정 중단하는 초강수까지 둔 상황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에서 부동산 버블을 막기 위해 은행 투기를 단속하거나 이자율을 올리고 세금에 손을 대는 등 갖가지 수단을 쓰다가 막판에 대출 총량을 규제했다"며 "최근 은행들의 대출 중단도 같은 맥락이어서 자칫 일본의 사례를 답습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전세자금대출은 가계대출 중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지만 가계부채 확대에 일조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고 주택담보대출 역시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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