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자칫 주택 실수요자나 급전이 필요한 서민층의 자금난을 초래할 우려도 있다.
특히 월별 대출 증가율 목표치에 얽매일 경우 매월 초 대출이 급증하다가 중순 이후 대출 취급이 중단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 은행 '이자 따먹기' 관행 심각
농협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따라 자체적으로 대출 중단을 결정했다”며 “9월부터 대출이 재개되더라도 심사기준을 강화하는 등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이달 말까지 금리안전모기지론(기본형)과 비거치식 분할상환방식을 제외한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지 않기로 했다.
신용대출의 경우 신용리스크가 높은 엘리트론 등 일부 상품은 기한을 정하지 않고 취급을 중단키로 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등도 대출 취급시 자금용도와 대출자의 소득기준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은행들의 이번 조치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했다.
대출을 늘려 손쉽게 이자수익을 올리는 관행에 철퇴를 가하지 않는 한 가계부채 축소를 유도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금융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달 4조3000억원 급증했다. 지난 6월 말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을 발표했지만 예상과는 달리 대출 잔액이 오히려 더 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국내총생산(GDP) 예상 증가율이 7%대인 점을 감안하면 월별 가계대출 증가율은 0.6% 내외가 적정 수준이다.
실제로 은행별 대출 증가율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대출 중단에 들어간 농협의 지난달 대출 증가율은 1.38%에 달했으며 이달 들어서도 17일 현재 0.84%의 증가율을 기록 중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지난달 대출 증가율이 1.04%와 0.68% 수준이었다.
반면 가계대출을 계속 취급하는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의 지난달 증가율은 각각 0.21%와 0.03%였다.
◆ 서민층 신용공급 악영향 우려
가계부채 축소를 위해 금융당국이 고심한 흔적은 역력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 실수요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은행이 변동금리 상품을 취급하지 않을 경우 원치 않아도 고정금리 상품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 인상에 제동이 걸리면서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간 금리 격차가 줄어들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출자들의 이자부담이 커질 수 있다.
충분히 은행 거래가 가능한 고객이 제2금융권으로 밀리는 현상도 나타날 수 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생계비 용도로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을 받는 고객들이 많기 때문에 이번 조치로 서민들의 금융 접근성이 떨어질 수 있다”며 “은행 지표만 보면 대출이 줄어들겠지만 제2금융권 등의 대출이 증가하는 풍선효과도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안순권 한국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달 중 잠정 중단한다고 하는데 남은 2주 동안 대출을 옥죘다가 다음달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며 “금융당국이 목표치를 고수할 경우 매월 초 대출이 늘었다가 중순 이후 대출을 중단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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